‘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는 차은택 감독의 유령회사 ‘엔박스에디트’와 주소를 공유했고, 송성각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이 대표를 역임했던 ‘머큐리포스트’가 2015년 밀라노엑스포 당시 5억원 상당의 영상물 제작 용역을 수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이(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10일 밝혔다. ‘엔박스에디트’는 2015년 국정감사 당시 유 의원이 차은택 감독이 늘품체조 사업에 관여하기 위해 동원한 ‘유령회사’라고 밝힌 바 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엔박스에디트’는 당초 차 감독과 친분이 있는 김모씨가 대표로 있는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M모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등기상 주소를 두고 있었으나 2015년 3월 같은 논현동의 다른 주소지로 변경 등기를 한다. 새로 옮겨간 주소지는 송성각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이 대표를 역임했던 ‘머큐리포스트’의 주소지였다. ‘엔박스에디트’ 지난 달 9일 해산했다.
작년 국정감사 당시 유 의원은 ‘엔박스에디트’의 사내이사였던 김모씨가 차은택 감독이 대표로 재직중인 ‘아프리카픽쳐스’의 감사를 맡은 적이 있으며 차 감독과 주소가 같은 점, 대표를 맡고 있던 임모씨가 차 감독과 오랜 기간 함께 해온 촬영감독이라는 점, 등기상 주소지였던 ‘머큐리포스트’와 M모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직접 다 찾아가봤으나 ‘엔박스에디트’라는 회사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었던 점을 들어 ‘엔박스에디트’가 사실상 차 감독의 유령회사라고 밝혔었다.
송 원장은 당시 이미 한국콘텐츠진흥원장으로 취임한 후라 머큐리포스트의 대표는 아니었지만, 차은택 감독과의 친분을 이용해 유령회사의 주소지 등기라는 편의를 제공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들 수 밖에 없다는게 유 의원 주장이다.
유 의원은 ‘엔박스에디트’가 주소를 이전하기 전인 2015년 2월 머큐리포스트가 ‘2015 밀라노엑스포’의 5억원 상당의 영상 제작 용역을 수주했다고도 밝혔다. 정부는 2014년 10월 31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밀라노엑스포의 주무부처를 산자부에서 문체부로 이관시켰고, 11월 7일 한국관광공사에 엑스포 추진단을 새로 출범시켰다. 이후 12월 24일 관광공사는 ㈜시공테크와 62억 1,580만원의 ‘2015 밀라노 엑스포 한국관 전시·영상 용역’을 체결했다. 이 과정 중에 밀라노엑스포의 전시·영상감독은 기존의 M모 감독에서 차은택 감독으로 변경됐다.
‘시공테크’는 다시 이 사업 중 영상 제작 용역을 5억원씩 각각 두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머큐리포스트’였다. 머큐리포스트는 2월 9일, 나머지 ‘E사’는 2월 23일 견적서를 시공테크에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 의원은 “밀라노엑스포의 주무부처와 전시·영상 감독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문체부와 차은택 감독으로 변경됐고, 차 감독과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송성각 원장이 한국콘텐츠진흥원장으로 임명됐으며, 송 원장이 대표로 있던 회사가 밀라노 엑스포 영상제작 하도급을 받았다”며 “이후 차 감독의 유령회사의 주소가 머큐리포스트로 변경되는 일련의 과정을 살펴볼 때, 이 모든 일들에 차 감독이 관계돼 있다고 해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송 원장은 차 감독과 함께 벌인 일들에 대해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