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차바’ 내습 당시 시간당 130㎜의 물폭탄을 뚫고 시장에 고립된 70대 할머니 4명을 구조한 육군 예비군 동대장의 선행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동대장의 선행은 당시 구조됐던 할머니가 정신을 차리고 동대장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면서 밝혀졌다.
육군 53사단 울산연대 우정동대장 김경준(57)씨는 태풍 차바가 내습하던 5일 오전 11시25분쯤 인근 우정재래시장이 침수되어 할머니 4명이 고립되었다는 소식을 주민들로부터 전해 들었다.
사태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김 동대장은 즉각 사고 현장에 출동했다. 당시 우정시장 인근에는 수십명의 주민들이 있었지만 갑자기 불어난 강물에 어쩔 줄 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김 동대장은 강물에 휩쓸려온 스티로폼과 판자를 엮어서 임시 부표를 만들어 지체 없이 시장 골목을 향해 헤엄쳐 들어갔다.
상가 1층 건물이 완전히 물에 잠길 정도로 수심 2m가 넘는 위험한 상황에서 골목 중심부를 향해 100여 미터를 헤엄쳐간 김 동대장은 점차 팔에 힘이 빠지고 본인도 위험한 상황에 놓였지만 사력을 다해 인근 상가 건물의 지붕위로 올라갔다.
지붕위에서 상황을 확인하던 동대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20여m 떨어진 시장 골목 모퉁이 인근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물통과 고무대야에 몸을 의지한 채 겁에 질려있는 할머니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부표를 활용해 할머니들이 있는 지점까지 헤엄쳐간 김 동대장은 할머니들을 한명씩 수심이 낮은 골목 외곽 방향으로 구조해 시장 골목의 평상위에서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안심시켰다.
20여 분의 시간이 지나 119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고, 할머니들은 구조요원과 김 동대장의 도움을 받아 안전지대로 구조된 후 우정동 주민센터에서 구호용 담요, 속옷, 체육복 등을 지급받고 안정을 취한 후 침수된 지역의 물이 빠지면서 귀가할 수 있었다.
김 동대장의 선행으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던 지춘자(70) 할머니는 “갑작스럽게 불어난 물에 오도 가도 못하고 정말 큰일 날 뻔했는데 위험을 무릅쓰고 생명을 구해줘서 너무 고맙다” 뒤늦게 김 동대장을 찾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김 동대장은 “수심이 생각보다 깊어 위험했지만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하루 빨리 수해가 복구되어 주민들이 힘과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