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도 강연내용 이메일 폭로… “트럼프만큼은 아니지만, 곤혹”

입력 2016-10-09 16:22 수정 2016-10-10 08:36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5일 워싱턴DC에서 개최된 '여성들을 위한 힐러리 기금모금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여성비하 발언으로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이번에는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의 월스트리트 인사들과의 유착관계를 폭로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위키리크스는 클린턴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출마하기 전에 월가 관계자에게 강연한 내용을 담은 2000여건의 이메일을 공개했다. 이메일은 클린턴 선거운동본부장 존 포데스타의 메일 계정을 해킹해 확보한 것이다. 메일에 대한 캠프 내부의 대책회의 내용도 포함돼 있다.
 
클린턴은 2013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서 실시한 강연에서 “세상은 성공한 사람에게 편견이 있다. 여러분이 세상에서 제일 똑똑하다”고 주장했다. 또 “나는 중산층과는 많이 떨어진 삶을 살고 있다”고 소개했다. 비슷한 즈음 제록스 CEO인 우르술라 번즈를 만나서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좀 중도적이고 실용적이어야 하며 센스가 있어야 한다”면서 친기업적으로 당을 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형 투자은행 관계자와의 또 다른 강연에서는 “정부가 규제를 할 때에는 경제계를 (규제대상이 아닌) 파트너로 생각해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브라질 은행 주최의 강연에서는 “내 꿈은 자유무역에 있다”면서 “시장진입 규제나 무역을 막는 보호주의에 맞서야 한다”고 발언했다.

AP통신은 “클린턴의 강연 발언은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했던 말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의 진보적 지지자들이 클린턴에게 가장 우려하는 점이 드러났다”면서 “클린턴이 기업을 우선 챙기고, 대선 자금을 기부한 월스트리트를 옹호할까 지지자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클린턴은 경선 과정에서 경쟁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꺾기 위해 월가 규제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혔지만 샌더스 지지자들은 여전히 회의를 품고 있다.

특히 폭로된 메일에는 “클린턴의 강연 발언이 외부로 알려지면 선거운동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클린턴 선대본부 대책회의 내용도 포함됐다. 이런 이유로 클린턴 측은 과거 강연 발언록 공개를 계속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데스타는 트위터에 “러시아가 트럼프를 당선시키려고 해킹한 메일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또 “메일 중 어떤 게 진짜고 무엇이 조작된 내용인지를 살펴볼 시간도 없이 바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트럼프 측은 한국시간으로 10일 오전 10시에 예정된 2차 TV토론에서 이번 메일 스캔들을 부각시킬 방침이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