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신형 탄도미사일을 서유럽에 가장 가까운 자국 영토에 배치했다. 특히 이 미사일은 독일 베를린까지 도달할 수 있어 러시아의 위협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9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최근 발트해 연안의 칼리닌그라드에 신형 전술미사일 ‘이스칸데르(Iskander)’를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칼리닌그라드는 러시아 본토와 떨어진 역외영토로 발트해를 끼고 리투아니아와 폴란드 사이에 있다.
배치 소식이 전해지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폴란드와 리투아니아는 “미사일 배치로 역내 긴장이 최고조 상태로 치닫고 있다”고 반발했다.
러시아 국방부도 배치 사실을 확인하면서 “훈련의 일환이며 이스칸데르 미사일 배치가 처음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지난해에도 훈련 차원에서 이스칸데르를 배치했다가 철수시킨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번 배치 소식은 최근 러시아가 시리아 평화협정 및 플루토늄 감축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갈등을 고조시키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예사롭지 않은 군사적 행동이라는 분석이 있다. 특히 이스칸데르의 사거리는 700㎞ 정도로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전역은 물론, 폴란드 밑의 베를린도 사정권이다.
미 정보당국자는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지난 7월 나토가 내년까지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에 4개 전투대대를 배치한다고 밝힌 데 대한 선대응 조치로 보인다”면서 “나토의 방어적 차원의 배치를 러시아가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핀란드, 스웨덴, 에스토니아, 라트비아에서 영공 침해도 일삼는 등 발트해에서의 긴장 수위를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