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실험 10주년…북 실험일 어떤 날 택일했나

입력 2016-10-09 16:41

북한이 첫 핵실험을 실시한 건 정확히 10년 전인 2006년 10월 9일이었다. 이날은 북한의 집권당인 노동당 창건일(10월 10일) 하루 전이다. 북한은 주로 자신들의 기념일에 맞춰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등 굵직한 전략적 도발 날짜를 선택해왔다.
 이 공식이 매번 통용된 건 아니다. 1차 핵실험 3개월 전인 같은 해 7월 5일 실시된 장거리 미사일 ‘대포동 2호’ 발사는 미국 독립기념일(7월 4일)에 맞춰 이뤄졌다. 미 재무부의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 제재로 북·미 대립이 이어지던 상황에서 나온 도발이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시절 전략적 도발은 남북 또는 북·미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을 때 주로 이뤄졌다. 북한이 ‘은하 2호’ 미사일을 발사한 2009년 4월 5일은 김일성 주석의 생일 열흘 전인 동시에 이명박정부 출범 후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되던 때였다. 남한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일제히 미사일 발사를 비난하자 북한은 한달 보름 뒤인 같은해 5월 25일 2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은 기념일에 맞춰 전략적 도발을 벌이면서도 주변 정세는 무시하는 행태를 보이기 시작했다. 북한은 2012년 미국과의 2·29 합의에서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우라늄 농축을 임시 중단한다’고 약속해놓고는 두달이 채 지나지 않은 4월 13일 ‘은하 3호’를 전격 발사했다. 발사체가 공중 폭발하면서 실패로 돌아가자 북한은 8개월 뒤인 12월 12일 ‘은하 3호’ 2호기를 다시 쏘아올렸다.
 김정은 체제에서 북한의 전략적 도발 공식인 ‘3년 주기’가 깨진 점도 주목할 만 하다. 올해 1월 4차 핵실험과 2월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이 공식을 따르는 듯 했으나 북한은 정권 수립일인 지난달 9일(9·9절) 8개월 만에 5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