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뒤에 우리말 조사를 붙인 표현이 잇따라 등장해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전문서적도, 논문도, 패션잡지도 아니다. 첫 문장은 지난달 1일 미래창조과학부가 문화체육관광부, 산업통상자원부와 공동으로 배포한 보도자료에, 두 번째는 2014년 2월 18일 기획재정부 보도자료에 들어있다. 최근 3년간 공공기관 보도자료 절반 이상의 국어 표현이 부적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립국어원으로부터 받은 ‘행정기관 보도자료 개선 권고 현황’을 9일 공개했다. 국립국어원이 최근 3년간 중앙행정기관 보도자료 1만1790건을 점검한 결과 55.3%인 6524건의 국어사용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어사용에 문제가 있는 보도자료 비율은 2014년 38.8%에서 지난해 62.4%, 올해 65.6%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3년간 지적받은 표현 건수는 1만9955건에 이르렀다.
올해 국립국어원이 내린 보도자료 개선권고 현황을 보면 기획재정부, 미래창조과학부, 외교부가 작성한 보도자료는 90%이상이 부적합한 국어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보도자료 국어사용 문제를 지적하는 국립국어원의 공문을 21차례나 받았다. 언어정책과 국어 관련 종합계획수립을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 보도자료조차 149건 중 36.9%(55건)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불필요한 외국어 사용을 지적받은 보도자료가 많았다. ‘커스터마이징상품(맞춤상품/조달청)’, ‘스트레처블(늘어나는/미래창조과학부)’, ‘피스밀한 방식(단편적인 방식/기획재정부)’, ‘라운드테이블(원탁회의/방송통신위원회)’등이 대표적이다. ‘격오지(외진 곳/국방부)’, ‘수진자(진료받는 사람/보건복지부)’, ‘형해화되다(유명무실해지다/검찰청)’, ‘습벽(나쁜 버릇/법제처)’ 등 어려운 한자어도 문제로 꼽혔다.
국립국어원이 실시한 중앙행정기관 ‘쉽고 바른 보도자료 쓰기 평가’ 결과를 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2014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우수부처 1위를 차지했다. 가장 미흡한 기관으로는 2014년에 방송통신위원회, 지난해에는 금융위원회가 꼽혔다. 최우수·최미흡 기관은 정부업무평가에서 2점을 가·감점받는다. 올해 평가부터는 최우수·최미흡 1∼3위까지의 점수가 차등 가감된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