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순이’ 손예진이 스스로를 치유하는 방법 [21회 BIFF]

입력 2016-10-08 15:36 수정 2016-10-08 22:19
뉴시스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배우 손예진(본명 손언진·34)은 언제나처럼 사랑스러웠다. 시민들과 스스럼없이 소통했다. 배우로서 느끼는 고충과 진솔한 고민까지 털어놨다.

8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두레라움 광장에서 진행된 ‘오픈토크-더 보이는 인터뷰’ 두 번째 주자로 나선 손예진은 올해 선보인 ‘비밀은 없다’ ‘덕혜옹주’ 관련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두 작품 촬영 시기는 차이가 많이 났는데 개봉 시기기 겹쳤다. ‘비밀은 없다’는 마니아층이 좋아해주셨고, ‘덕혜옹주’ 대중적으로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셨다. 더 애착이 가는 작품을 고를 순 없다. 둘 다 저에게는 아픈 손가락”이라고 말했다.

‘비밀은 없다’에 대해서는 “작품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게 시나리오인데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고, 해야할 것 같은 작품이라는 느낌이 딱 올 때가 있다. ‘비밀은 없다’가 그랬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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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부터 노년의 모습까지 연기해야했던 ‘덕혜옹주’를 찍으면서 특히 고충이 심했다. 손예진은 “나이가 들수록 깊이 있는 연기가 가능해지는 것 같다”며 “만약 내가 20대였다면 이 작품을 못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연기적인 고민이 심하고 고통스러웠는데, 작품을 보신 분들이 ‘감동적이었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내가 배우를 하며 많은 분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구나’ 싶었다. 뭉클함을 제대로 느낀 작품”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쉼 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온 손예진에게는 ‘소예진’이라는 별명이 있다. 소처럼 열심히 일한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손예진은 “어감이 예쁘진 않았던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우직하고 묵직하게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느낌으로 좋은 별명을 선물해주신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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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던 영화과 학생 손예진은 어느덧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로 우뚝 섰다.

“막연하게 꿈을 가졌어요. 운 좋게도 여기까지 큰 문제없이 하나하나 이뤄온 것 같아요. 가끔은 고통스럽죠. 생각했던 것만큼 많은 사랑을 받지 못했다거나 연기가 너무 힘들 때, 이걸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해요. 특히 감정 소모가 많은 작품을 하고 나면 ‘다시 이만큼 쏟아낼 수 있을까’ ‘그런 힘이 남아있을까’ 싶어요. 그런 매너리즘에 빠지는 순간이 참 많아요.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저 안에 열정이 있기 때문에 계속 나아갈 수 있는 거 같아요.”

화려한 삶을 사는 그이지만 일상은 평범하게 지낸다. 티셔츠와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자고 일어나 하루 종일 쇼파에 앉아 TV를 볼 때가 많다. 집에 있는 게 제일 편하다는 ‘집순이’다. 공효진 등 절친한 배우들과 만나 맛있는 걸 나눠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게 소박한 낙이다.

손예진은 “배우는 정말 멘탈(정신)이 강하지 않으면 하기 힘든 직업인 것 같다”면서 “나름대로 아픔이 있지만 그걸 혼자 가슴 속에 담아두려 하지는 않는다. 가족과 지인 등 가까운 사람들에게 얘기하면서 치유 받는다. 상대방이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위로가 되더라”고 했다.

부산=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