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아침 환하게 웃으며 태풍보다 더 한 것이 오더라도 안전하게 구조활동에 나서자고 다짐하던 네 모습이 눈에 선하다. 급류 속에서 얼마나 외롭고 아팠을지 마음이 너무 아프다. 선배와 동료들이 함께 있어주지 못해 미안하고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야속한 하늘은 남겨진 자들의 슬픔을 아는 지 모르는 지 오전부터 비를 뿌렸다. 태풍 ‘차바’로 인한 집중호우에 구조활동을 벌이다 숨진 고(故) 강기봉(29) 울산 온산소방서 지방소방교의 영결식이 8일 오전 비가 내리는 가운데 열렸다. 강 소방교의 동료 신회숙(33·여) 소방교가 조사(弔詞)를 읽어 내려가자 영결식장 곳곳에서 울음 소리가 새어나왔다.
신 소방교는 조사에서 “그 거센 물속에서 혼자 헤매며 견디다가 끝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구나”며 “나의 동료 강기봉 소방교를 영원한 울산소방인으로 가슴에 묻는다”고 말했다. 조사를 마친 신 소방교가 “소방교 강기봉, 즉각 복귀할 것을 명령한다!”고 여러번 외치자 영결식장 안은 흐느낌과 오열로 가득 찼다.
강 소방교의 영결식은 울산 종하체육관에서 울산광역시청 장(葬)으로 엄수됐다. 고인에 대한 묵념, 약력 보고, 1계급 특진과 옥조근정훈장 추서, 영결사, 조사, 헌화와 분향 등 순으로 진행됐다. 강 소방교의 유가족, 동료 소방관, 경찰, 의용소방대원, 김기현 울산시장, 국회의원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31년간 소방관으로 근무했던 아버지 강상주(62)씨도 희생정신이 강했던 아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동료들도 투철한 봉사 정신과 항상 남을 먼저 생각했던 강 소방교를 떠올리며 깊은 애도 속에 묵념했다. 김 시장은 영결사에서 “고인은 생명을 생명으로 구하고, 가시밭길에 꽃을 피워야 하는 숙명의 길을 걷다가 우리 곁을 떠났다”며 “폭포처럼 쏟아지는 강물에 두려움 없이 뛰어든 고인은 자랑스러운 소방관이었다”고 추모했다.
영결식 후 강 소방교가 근무했던 온산소방서에서 노제가 이어졌다. 고인의 유해는 고향인 제주 가족납골당에 안치된다. 오는 2019년 제주국립호국원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강 소방교는 지난해 4월 구급대원 특채로 임용돼, 온산소방서 구급대원으로 1년 5개월 근무했다. 아버지 강씨도 31년간 소방관으로 근무했다.
강 소방교는 태풍 ‘차바’가 내습한 지난 5일 정오쯤 “고립된 차 안에 사람 2명이 타고 있는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 회야강과 인접한 울산 울주군 회야댐 수질개선사업소 앞으로 출동했다가 범람한 강물에 휩쓸려 실종됐다. 강 소방교는 다음날 오전 11시10분쯤 실종 지점에서 약 3km 떨어진 울주군 온양읍 덕망교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