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소방인’ 고(故) 강기봉 소방교, 눈물의 영결식

입력 2016-10-08 14:16 수정 2016-10-08 14:29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고(故) 강기봉 (29) 소방교의 영결식에 참석한 동료 대원 및 참석자 등이 영결식 후 강 소방교의 유해를 배웅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강 소방교는 태풍 '차바'가 휩쓴 지난 5일 구조작업 도중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뉴시스

“그날 아침 환하게 웃으며 태풍보다 더 한 것이 오더라도 안전하게 구조활동에 나서자고 다짐하던 네 모습이 눈에 선하다. 급류 속에서 얼마나 외롭고 아팠을지 마음이 너무 아프다. 선배와 동료들이 함께 있어주지 못해 미안하고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야속한 하늘은 남겨진 자들의 슬픔을 아는 지 모르는 지 오전부터 비를 뿌렸다. 태풍 ‘차바’로 인한 집중호우에 구조활동을 벌이다 숨진 고(故) 강기봉(29) 울산 온산소방서 지방소방교의 영결식이 8일 오전 비가 내리는 가운데 열렸다. 강 소방교의 동료 신회숙(33·여) 소방교가 조사(弔詞)를 읽어 내려가자 영결식장 곳곳에서 울음 소리가 새어나왔다. 

신 소방교는 조사에서 “그 거센 물속에서 혼자 헤매며 견디다가 끝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구나”며 “나의 동료 강기봉 소방교를 영원한 울산소방인으로 가슴에 묻는다”고 말했다. 조사를 마친 신 소방교가 “소방교 강기봉, 즉각 복귀할 것을 명령한다!”고 여러번 외치자 영결식장 안은 흐느낌과 오열로 가득 찼다.

"아드님의 희생 정신 잊지 않겠습니다." 김기현 울산시장이 울산시 남구 종하체육관에서 열린 고(故)강기봉 소방교의 영결식에서 유가족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강 소방교의 영결식은 울산 종하체육관에서 울산광역시청 장(葬)으로 엄수됐다. 고인에 대한 묵념, 약력 보고, 1계급 특진과 옥조근정훈장 추서, 영결사, 조사, 헌화와 분향 등 순으로 진행됐다. 강 소방교의 유가족, 동료 소방관, 경찰, 의용소방대원, 김기현 울산시장, 국회의원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31년간 소방관으로 근무했던 아버지 강상주(62)씨도 희생정신이 강했던 아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동료들도 투철한 봉사 정신과 항상 남을 먼저 생각했던 강 소방교를 떠올리며 깊은 애도 속에 묵념했다. 김 시장은 영결사에서 “고인은 생명을 생명으로 구하고, 가시밭길에 꽃을 피워야 하는 숙명의 길을 걷다가 우리 곁을 떠났다”며 “폭포처럼 쏟아지는 강물에 두려움 없이 뛰어든 고인은 자랑스러운 소방관이었다”고 추모했다.

영결식 후 강 소방교가 근무했던 온산소방서에서 노제가 이어졌다. 고인의 유해는 고향인 제주 가족납골당에 안치된다. 오는 2019년 제주국립호국원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사랑하는 내 아들, 부디 편히 쉬렴." 태풍 '차바'가 휩쓴 지난 5일 구조작업 도중 순직한 고(故)강기봉 (29) 소방교의 영결식에서 강 소방교의 부모님이 아들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강 소방교는 지난해 4월 구급대원 특채로 임용돼, 온산소방서 구급대원으로 1년 5개월 근무했다. 아버지 강씨도 31년간 소방관으로 근무했다.

강 소방교는 태풍 ‘차바’가 내습한 지난 5일 정오쯤 “고립된 차 안에 사람 2명이 타고 있는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 회야강과 인접한 울산 울주군 회야댐 수질개선사업소 앞으로 출동했다가 범람한 강물에 휩쓸려 실종됐다. 강 소방교는 다음날 오전 11시10분쯤 실종 지점에서 약 3km 떨어진 울주군 온양읍 덕망교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