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원승연 명지대 교수와 김정욱 서울대 교수가 한국금융학회 ‘금융연구’에 기고한 ‘가계부채와 소득계층 이동’ 논문에 따르면 가계부채가 급증하면 미래의 가처분소득을 줄여 저소득층이 중산층으로, 중산층이 고소득층으로 이동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교수는 개인신용정보업체 코리아크레딧뷰로(KCB)의 2008~2014년 대출자 50만명 금융정보와 등록소득(신규대출자의 소득증빙자료에 명시된 소득) 표본 20만8601명의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했다.
소득이 제자리인 상황에서 가계부채만 늘어나다보니 소득이 더 높은 계층으로 상승할 확률도 점점 떨어졌다. 2009년의 경우 소득 최하위인 1분위가 소득분위를 유지할 확률은 79.9%였으나 2013년에는 이 비율이 87.1%로 상승했다. 같은기간 2분위는 이 비율이 54.6%에서 74.4%로 뛰었고, 3분위도 47.7%에서 67.9%로 높아져 소득계층 정체 현상이 나타났다. 원 교수와 김 교수는 “가계가 당장 채무불이행에 이르지 않더라도 미래소득 증가와 상관없는 부채 증가는 현재와 미래 소비 간 불균형을 심화시켜 장기적으로 가계후생을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보면 저소득층의 재무상태가 악화되는 현상이 뚜렷했다. 1분위의 2008년 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2.09배였으나 2014년 7.85배로 크게 증가한 반면 소득 최상위인 10분위의 경우 같은기간 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2.16배에서 1.78배로 줄었다.
금융부채 영향을 은행부채와 비은행부채로 나눠 분석한 결과 비은행부채가 소득계층 하락 가능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래의 소득이 보장되지 않는 대출자일수록 부족한 소득을 보충하기 위해 위험부담이 큰 제2금융권 대출을 늘릴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논문은 금융당국이 가계부채의 시스템 리스크나 가계의 파산가능성만 주목할 게 아니라 가계의 미래 후생수준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원 교수와 김 교수는 “실질적 소득창출효과 없는 금융적 접근법 만으로는 소득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향후 가계부채 관련 논의는 일자리 창출 등 고용증대정책의 틀 속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