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믿고 보는 배우라는 말, 가장 행복해” [21회 BIFF]

입력 2016-10-07 16:49 수정 2016-10-07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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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표 배우 이병헌(46)이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뜨거운 환호 속에 무대에 오른 그는 최근작 촬영 비하인드부터 할리우드 활동 이모저모, 배우로서의 진솔한 목표까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다.

이병헌은 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두레라움 광장에서 진행된 ‘오픈토크-더 보이는 인터뷰’ 첫 번째 주자로 나섰다. 영화계 보이콧으로 ‘배우 없는 반쪽 영화제’ 오명을 쓴 부산영화제는 이병헌의 참석으로 동력을 얻었다.

지난해 말 청불 영화 사상 최고 흥행을 기록한 ‘내부자들’ 관련 질문이 먼저 나왔다. 이병헌은 “원래 애드리브를 선호하는 편이 아닌데 안상구 캐릭터는 숨 막히게 흘러가는 영화에서 쉼표 같은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코믹한 상황과 나사 빠진 것 같은 성격을 넣어봤다”고 소개했다.

극 중 등장하는 명대사를 직접 보여 달라는 깜짝 요청에 이병헌은 난감해했다. 하지만 관객의 성원에 못 이겨 결국 능청스럽게 한 마디 내뱉었다. “난 저기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 잔 할라니까.”

이병헌은 과거 ‘내 마음의 풍금’(1999) ‘번지점프를 하다’(2001) 등 따뜻한 멜로로 사랑 받았다. 범죄액션 장르가 주를 이루는 최근의 흐름에 대해 그는 “사회적인 분위기나 시류에 많은 영향을 받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따뜻한 휴먼드라마나 마음을 놓고 웃을 수 있는 코미디 작품이 많이 나올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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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은 한국을 넘어 할리우드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올해 만해도 ‘미스컨덕트’ ‘매그니피센트 7’ 두 작품을 선보였다. 지난 6월 미국 아카데미(오스카)상을 주관하는 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배우로서는 최민식·송강호에 이어 세 번째다.

이병헌은 “할리우드에서 일을 한다는 건 ‘내가 배우로 살면서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내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측면에 있어서 다시 도전하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건 대외적인 대답이라면서 다시 대답을 이어갔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에게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면서 “아버지가 영화 광이셨다. 어릴 때 저에게 항상 TV에서 하는 ‘주말의 명화’ ‘토요명화’ 등을 보여주시면서 ‘저 배우는 누구고 저 영화 스토리는 뭐고 감독이 누구고’ 설명을 해주셨다. 그런 분이 지금의 절 보시면 얼마나 자랑스러워하실까. 이런 생각을 하면 굉장히 짜릿하다. 그게 제가 자꾸 새로운 것에 발걸음하게 하는 힘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아들 준후 군에게도 그런 아버지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병헌은 “우리 아버지가 저한테 했던 것처럼, 아들이 영화가 뭔지 알고 이야기를 파악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틈날 때마다 극장에 데려갈 것 같다”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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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진출을 꿈꾸는 후배들에게는 “자유로워지라”는 조언을 남겼다. 그는 “많은 외부적 요인들이 자신의 생각을 옥죄고 차단하고 움츠러들게 만들고 행동반경을 제한하더라도, 조금 벗어나려 하고 뛰어넘어보려 하라. 자유로운 공상과 엉뚱한 생각을 하라. 훌륭한 아티스트들과 만나보면 그 안에 열 살짜리 아이가 있더라. 꼬마의 마음을 지우지 말고 더 찾으려고 애쓰면 좋을 것 같다. 저도 힘들지만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본인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내기기 어렵다는 이병헌은 ‘믿고 보는 배우’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고 행복하다고 했다.
“늘 기대되고 믿고 보는 배우라는 말이 제게 적용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기분 좋아요. 그것만큼 배우로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말이 없는 것 같아요. 아주 오래도록 그렇게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게 저의 어려운 바람이에요.”

하반기에도 이병헌은 계속 ‘열일’한다. 강동원·김우빈과 호흡을 맞춘 ‘마스터’를 오는 12월 선보인다. 극 중 희대의 사기꾼 진회장 역을 맡은 이병헌은 또 한 번의 연기 변신을 예고했다. 공효진과 함께한 ‘싱글라이더’ 개봉도 앞두고 있다. 올해 안으로 ‘남한산성’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부산=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