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돈으로 화장품·MP3 사고 술집 다녀…국감서 드러난 씀씀이 백태

입력 2016-10-07 17:08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의 한 간부는 업무용 차량을 주말에 사적으로 이용하다가 적발됐다. 한국전력공사 직원들은 법인카드로 MP3플레이어와 화장품 등을 사적으로 구매하고 술집에 다니다가 들통났다.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은 회사 돈으로 백화점에서 쇼핑하고 개인사업체 직원 월급을 줬으며 한국전력기술 부장은 법인카드 마일리지로 크로아티아로 공짜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법인카드·관용차는 내 것”

 각종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부적절한 씀씀이가 국정감사에서 속속들이 드러났다. 이들 기관엔 혈세가 투입되는 만큼 예산 지출에 더 높은 윤리적 기준이 요구되지만 오히려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란 지적이 나온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의원은 7일 국정감사에서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의 방만 경영을 추궁했다. 기관 소속 본부장이 주말에 업무용차량을 반납하지 않고 사적으로 사용하다 적발된데다가 지난해 신임 관장 환영만찬에 145만원을 쓰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지출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을 감시해야할 감사팀장은 만취한 채 향수와 운동화를 훔치다 적발돼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한국전력공사는 직원들이 법인카드로 화장품 22만원어치와 18만원 상당의 MP3플레이어 등을 사적으로 구매했다가 적발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더민주 이찬열 의원은 5일 한전이 2013년부터 2014년 6월까지 사용제한업종에서 법인카드를 총 59회 사용해 1744만원을 결제했다고 밝혔다. 한전 직원들은 여성 종업원이 나오는 서울 강남의 술집에서도 회사 돈을 사용했다. 

“나랏돈으로 내 회사 직원 월급”
 공금으로 백화점에서 쇼핑하고 개인사업체 직원의 월급 절반을 주다 걸린 황당한 사례도 있다. 4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민주 고용진 의원은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의 부당한 지출 내역을 지적했다. 회장은 판공비를 현금으로 받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월부터 지난 8월까지 3400여만원을 회사 카드로 부당하게 사용했다. 세부내역을 보면 소액 택시비부터 고액의 백화점 쇼핑까지 사용처가 다양했다. 개인 소유 회사 직원을 수행비서로 데려와 공금으로 월급 반액을 지급하기도 했다. 국감에 출석한 과총 관계자조차 “이런 케이스는 처음 본다”고 답해 방만한 운영 실태가 여실히 드러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더민주 송기헌 의원은 6일 한국전력·한국남동발전·한국전력기술 직원들이 카드사 지원으로 중국·베트남·스페인·크로아티아 등으로 공짜 해외여행을 다녀온 점을 지적했다. 2014년 국민권익위원회는 법인카드 사용 실적에 따라 신용카드사에서 지원받는 공짜 해외여행을 거부하라고 권고했다.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집행지침에는 법인카드 사용 실적을 해외여행이 아닌 적립금으로 전환한 후 수입 처리토록 규정돼있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