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빈 장신대 신임 총장, “교역 현장의 영적 필요 채우는 학교 만들 것”

입력 2016-10-07 12:25
임성빈 신임총장이 6일 장신대 한경직기념예배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낭독하고 있다.

“한국교회의 교역 현장을 섬기는 장신대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임성빈(58) 장로회신학대 신임 총장의 취임 키워드는 ‘현장’이었다. 임 총장은 6일 서울 광진구 광장로 장로회신학대 한경직기념예배당에서 가진 제21대 총장 취임식에서 “현재 한국교회는 사역지를 찾지 못한 목회자가 증가하고 있는 반면 교회 현장에서는 목회적 헌신과 열정, 역량을 갖춘 목회자의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면서 “교역 현장의 영적 필요와 사회문화적 요구를 읽어내고, 이에 복음적으로 응답하는 장신대가 되도록 힘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임 총장은 또 통일시대를 준비하고, 세계교회와 인적·학문적 협력을 증대하는 한편 지도력을 갖춘 교회·사회 지도자를 양성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취임식은 1부 감사예배와 2부 이·취임식 순으로 진행됐다. 예장통합총회 총회장인 이성희 목사가 설교하고, 예장통합총회 증경총회장인 박종순(서울 충신교회 원로) 목사가 축도했다. 장신대 이사장인 김지철(서울 소망교회) 목사 사회로 진행된 이·취임식에서는 김명용 전 총장이 감사패를 받았다. 
임성빈 장신대 신임총장(왼쪽)이 장신대 이사장 김지철 목사로부터 직인 및 열쇠를 전달받고 있다. 장신대 제공

임 총장은 장신대 신학과 및 신대원을 졸업했고, 미국 루이스빌 신대원(M.A.)과 프린스턴 신대원(Ph.D.) 등을 마쳤다. 장신대 대외협력처장과 신학대학원장,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 공동대표, 한국기독교윤리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다음은 임 총장 취임사 전문.
 
임성빈 장신대 신임총장(왼쪽 두번째)과 김명용 전 총장(왼쪽 세번째)이 이취임식을 마치고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취임사>

I. 장로회신학대학교가 직면한 현황과 책무

21세기는 전환기적 위기의 시대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연재해와 민족 간의 갈등, 경제 위기와 사회양극화, 소통의 부재, 사회전반에 걸친 갈등의 심화 현상들은 우리에게 밝은 미래보다는 어두운 내일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내외적 위기현상은 한국교회의 시대적 과제이자 위기의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사회적 신뢰 상실, 목회자와 신자들의 윤리적 일탈, 교인수의 감소 등 한국교회의 내적 위기가 심화되고 있음을 직시할 때, 한국교회의 위기는 곧 우리 장로회신학대학교의 위기이자 책무라는 사실을 통감하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아직 희망이 있습니다. 성경과 교회의 역사는 하나님나라의 소망으로 위기를 극복했던 신앙 지도자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풍요와 위기의 전환기를 슬기롭게 경영했던 총리 요셉, 포로기 이후에 새로운 공동체의 역사를 일구었던 선지자 에스라, 그리스도의 복음을 세계에 전했던 사도 바울, 타락한 중세교회를 개혁하였던 종교개혁자들의 발자취는 전환기적 위기의 시대에 도전과 희망이 됩니다.

무엇보다 하나님 나라를 위한 지도자 양성이라는 시대적 책무를 주시며, “볼찌어다 내가 세상 끝날 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마 28.20)는 약속을 주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는 희망의 토대입니다. 

이제 우리 장신대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선포에 기초한 종교개혁과 개혁교회의 역사적 전통 위에서, 시대적 소명을 위한 역할을 감당해 가고자 합니다.

II. 한국교회와 사회현실 분석과 비전

1. 한국교회의 교역현장을 섬기는 장로회신학대학교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현재 한국교회는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사역지를 찾지 못한 목회자가 증가하고 있는 반면, 교회현장에서는 목회적 헌신과 열정, 역량을 갖춘 목회자의 부족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는 “교역현장을 섬기는 장신대”라는 비전을 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장신대는 현장을 잃어버린 신학의 상아탑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비복음적 목회처방전을 공급하는 곳이 되어서도 안 될 것입니다. 

장신대는 장로교 전통에 입각한 건강한 신학을 정립하여 한국교회를 섬겨야 합니다. “학자이며 동시에 제사장”이었던 에스라가 무너졌던 이스라엘 신앙을 재건했던 것처럼, 건강한 신학적 토대 위에서 교역현장의 영적 필요와 사회문화적 요구를 읽어내고, 이에 복음적으로 응답하는 장신대가 되도록 힘쓸 것입니다.

2. 한국사회에 하나님나라를 구현하는 장로회신학대학교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우리는 “하나님나라를 구현하는 장신대”라는 비전을 실현하려 합니다. 하나님나라는 세상에 속하지 않지만, 세상과 동떨어져 있지도 않습니다. 하나님나라의 구현을 위해서는 죄악으로 인해 고통당하는 이 시대와 세계를 품고, 세계와 소통하며, 변혁하는 지도력을 갖춘 교회 및 사회 지도자를 양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은 이 세상에 대한 하나님의 주인 되심을 선포하며, 모든 믿는 이들의 제사장으로서의 소명과 사명을 주장하였던 종교개혁자들의 가르침과도 잇대어 있습니다. 

3.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장로회신학대학교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반도의 시대적 과제는 통일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북한의 김정은 체제가 한반도의 긴장을 가중시키고 있지만, 한반도의 갑작스런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늘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교회는 통일시대를 대비해야 할 사명을 안고 있습니다. 장신대는 평양신학교로부터 시작된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고 있으며 복음을 통한 통일한국의 사명에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장신대”는 통일신학의 정립과 통일교육, 통일 선교사 및 전문가 양성에 힘을 기울여 나갈 것입니다.

4. 세계교회와 협력하는 장로회신학대학교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장신대는 전 세계의 유수한 신학대학 및 기관들과 교류하면서 세계선교를 위한 중대한 사명을 깨달았습니다. 유럽의 경우 학문으로서의 신학은 있으나 현장이 쇠퇴했고,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경우 현장은 성장하고 있으나 신학과 전문 목회자 양성이 부족합니다. 

반면 한국은 신학교육과 역동적 목회현장이 함께 하는 세계적으로 드문 지역입니다. 따라서 장신대는 “세계교회와 협력하는 신학대학”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세계를 향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했던 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따라, 장신대는 민족복음화와 세계선교를 위해 힘써 나갈 것입니다. 

특별히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와 아프리카 교회의 부흥과 영적 성숙을 위해, 장신대는 목회자 양성교육과 신학교육으로 함께 섬길 것입니다. 아울러 전 세계의 유수한 신학대학교와 신학을 교류하고, 세계교회와 인적ㆍ학문적 협력을 증대함으로써 세계를 섬기는 장신대가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저는 하나님나라를 위해 부름 받은 장로회신학대학교의 학교교육과 행정의 책임자로서 이사회, 교수, 직원, 학생, 동문들로 구성된 장신공동체와 힘을 합하여, 장신대가 교회를 사랑하고, 사회 속에 하나님나라를 구현하는 신학대학교가 되도록 섬기겠습니다. 

또한 하나님의 말씀을 경청하고, 오직 말씀 위에 서서 예수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섬기며 세워가는 목회 지도력, 이 세상 가운데 하나님나라를 구현하는 섬김의 지도력,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공동체적 지도력, 세계교회와 협력하는 선교적 지도력을 갖추고 발휘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노력에는 하나님의 뜻을 기다리며 무릎 꿇는 영성과 경건한 삶이 우선되어야 함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때가 아직 낮이매 내가 주의 일을 하여야 하리라”(요 9.4)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늘의 여러 정황이 전환기적 위기 상황인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에게 이러한 현실을 보게 하심은 여전히 할 일 많은 이 나라에 우리가 태어났음을 감사함으로 깨닫고, 주의 일을 하라는 부르심인 줄로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모든 경건과 학문과 실천의 목표는 또렷하고 분명합니다. 이는 종교개혁자들의 다섯 번째 표어이기도 합니다. 

“Soli Deo Gloria!” “오직 주님의 영광을 위하여!”

위기의 시대에도 오직 주님의 영광을 위하는 신학대학교다운 신학대학교, 장로회신학대학교가 되도록 기도와 지원으로 함께 하여 주시길 앙망하며 취임사를 마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6. 10. 06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