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소화장치 저가 불량제품 시공 무더기 적발…검수절차도 생략

입력 2016-10-07 10:56 수정 2016-10-07 11:02
비상소화장치 추진 방식.

화재취약지역에서 화재발생시 인근 주민이 초기 진압에 사용할 수 있도록 옥외에 설치하는 비상소화장치가 저가의 불량제품으로 무더기 시공된 사실이 드러났다. 일선 소방서는 설치 후 거쳐야 할 검수절차를 생략해 이런 부실 시공을 방조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국민안전처와 한국소방안전협회가 삼성화재로부터 기탁받은 24억원을 재원으로 2015~2016년 전국 화재취약지역 390곳에 비상소화장치 설치·교육사업을 추진하면서 부실 시공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7일 밝혔다.

진선미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공사한 140곳에 공사 시방서와 다른 저가 무검정품이 납품·시공됐다.

공사 시방서에는 ‘호스릴, 앵글밸브, 관장은 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의 형식승인 인증품으로, 비상소화장치함도 SUS304 동등 이상 KFi검정품을 사용’토록 규정돼 있으나 수의계약으로 독점 납품한 J업체는 검정품보다 개당 30만~40만원이 저렴한 규격 미달의 SUS201 소화전함을 납품해 공사를 완료했다.

SUS201은 성능인증을 받지 않은 무검정품으로 내구성이 약하고 쉽게 부식될 수 있어 비상소화장치와 같은 옥외 소화전함으로는 부적절하다.

일선 소방서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검수절차를 생략했다. 일선 소방서가 공사 완료 후 검수를실시하고 완공확인서를 작성해 소방안전협회에 제출하면 협회는 현장 확인 후 사업지원금을지급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일선 소방서는 검수절차를 생략하고 공사감독일지로 대체해 부실공사를 사실상 방조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진선미 의원실은 안전처와 소방안전협회가 불량제품 시공사실을 숨기려다 국정감사 과정에서 적발되자 지난해 설치한 140개 비상소화장치 소화전함 교체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소방안전협회는 올해 추진해야 할 250개 비상소화장치 설치를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진선미 의원은 “삼성화재가 좋은 뜻으로 후원한 기탁금으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부실공사가 이뤄졌고 이런 사실을 덥기에 급급한 행정기관의 모습이 개탄스럽다”며 “각 시·도와 문화재청에서 설치한 비상소화장치에 대해서도 이런 부실이 있는지 일제 조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비상소화장치는 지난 3월 기준 전국적으로 7433개가 설치돼 있다. 주거지역에 3140개(42.2%)로 가장 많고 재래시장 등 화재경계지구에 1613개(21.7%), 소방차 진입곤란 지역에 1070개(14.4%), 중요문화재에 359개(4.8%), 기타 지역에 1251개(16.9%)가 설치돼 있다. 각 시·도는 2020년까지 2113개의 비상소화장치를 더 설치할 계획이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