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를 당해 중상을 입은 2세 남아가 대학 종합병원 등 14곳에서 치료를 거부당한 뒤 숨졌다.
밤늦게까지 병원을 전전하던 이 남아는 헬기로 수도권 병원까지 이송됐지만 결국 세상을 떠났다.
지난달 30일 오후 5시쯤 전주시 반월동 한 건널목에서 길을 건너던 김모(2) 군과 김군의 외할머니(72)가 후진하던 견인차량에 치여 전북대병원으로 옮겨졌다.
김군은 견인차량 바퀴에 깔려 골반과 왼쪽다리가 골절됐다. 40여분 후 전북대병원 응급센터에 도착할 당시 응급수술실 두 곳이 모두 수술 중이어서 김 군은 수술을 받을 수 없었다.
김군의 불운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전북대병원 의료진은 각 지역 대학병원과 국립중앙의료원 등 13곳에 도움을 요청했다. 전북대병원이 급히 도움을 요청한 곳은 전남대병원과 충남대병원,충북대병원 등이다. 그러나 김 군을 보내면 치료해주겠다고 선뜻 응답한 병원은 한 곳도 없었다.
치료 요청을 받은 병원 중에는 중증외상환자를 치료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지원해 전국 각 권역에 설치한 권역외상센터 6곳도 포함됐다. 정부는 중증외상환자의 1시간내 응급치료를 위해 최근 3년간 15개 권역외상센터에 2000억원의 국비를 지원했다. 국비는 교통범칙금 등에서 충당되고 있다.
김군은 우여곡절 끝에 국립중앙응급의료센터의 도움을 받아 구급 헬기까지 동원해 사고발생 7시간여가 흐른 이날 자정쯤 아주대병원에 도착했다. 이 과정에서 구급 헬기의 배치도 늦어져 김군의 가족들은 발을 동동굴러야 했다.
하지만 응급수술 직후 밤새 세 차례 심정지를 겪고 사경을 헤매던 김군은 다음날 새벽 4시40분쯤 숨을 거둔 것으로 파악됐다. 함께 중상을 입은 김 군의 외할머니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숨졌다.
김군이 처음 도착한 병원 관계자는 “수술실 2곳에서 예정된 수술이 진행 중이어서 김군을 눕힐 수술실이 없었다”며 “급히 다른 병원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병원마다 응급환자가 밀려 김 군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김군의 가족들은 “어린이 중증 외상치료를 전담하는 의사가 없다고 생명이 위태로운 어린 생명의 치료를 거부한다는 게 말이나 되느냐”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교통사고 당한 두살배기, 병원 14곳 치료거부 이후 결국 숨져
입력 2016-10-07 09:31 수정 2016-10-07 1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