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 지지한다” 눈물겨운 개막식 [21회 BIFF]

입력 2016-10-06 20:26 수정 2016-10-07 18:43
뉴시스

부산에 다시 영화의 밤이 찾아왔다.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힘겹게 제자리를 지켰다. 가까스로 되살린 불씨는 영화의 전당을 환하게 밝혔다.

올해 영화제는 여러 악재가 한꺼번에 겹쳤다. 일단 예년보다 예산이 줄어들어 영화제 규모가 축소됐다. 매년 열렸던 주요 투자배급사 주최 행사는 김영란법 여파로 전면 취소됐다. 개막일 바로 전날 불어 닥친 대형 태풍 ‘차바’ 영향으로 해운대에 마련됐던 비프 빌리지는 초토화됐다.

특히 영화계 보이콧의 영향이 가장 컸다. 2014년 ‘다이빙벨’ 파문 이후 벌어진 갈등의 골이 여전히 깊다. 영화제 독립성 및 자율성 사수를 위한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전국영화산업노조 등 4개 영화단체가 보이콧을 풀지 않았다. ‘부산행’과 ‘터널’은 출품 자체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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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개막식은 레드카펫부터 다소 썰렁했다. 영화제를 빛낼 스타들이 대규모 불참했다. 올해 흥행작이나 내년 개봉 예정작 출연 배우들이 거의 대부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럼에도 관객들은 영화제를 찾아준 이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개막식 사회를 맡은 설경구와 한효주가 등장하자 함성이 터졌다. 한효주는 “어릴 때부터 동경했던 영화제의 사회를 맡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개막작 ‘춘몽’의 장률 감독, 양익준 감독, 박정범 감독, 한예리, 이주영도 자리를 빛냈다.

임권택·이장호·곽경택·김기덕 등 거장들이 참석했다. 안성기·김보성·오지호·온주완·조민수·예지원·윤진서·박소담·이엘·최귀화 등 배우들도 레드카펫에 섰다. 영화 ‘두남자’로 스크린 주연에 데뷔한 최민호(샤이니)가 등장하자 환호성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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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몇몇 영화인들은 부산영화제 독립성 확보 주장에 힘을 보탰다. 정지영 감독은 ‘SUPPORT BIFF, SUPPORT MR.LEE’라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붙이고 등장했다. 올해의 배우상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김의성은 ‘INDEPENDENT FILM FESTIVAL for BUSAN!’이라는 글귀가 적힌 종이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올해 영화제는 6~15일 열흘간 열린다. 전 세계 69개국에서 초청된 299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동시대 거장 감독의 신작이나 화제작을 만날 수 있는 갈라 프레젠테이션과 뉴 커런츠, 한국영화의 오늘 파노라마 등 부문이 마련됐다. 폐막작은 후세인 하산의 이라크 영화 ‘검은 바람’이 선정됐다.

부산=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