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유통법 “위작시비 뿌리 뽑는다” “500만원 그림 24개월 할부도”

입력 2016-10-06 13:37
천경자 미인도

박수근 빨래터

정부가 6일 ‘미술품 유통에 관한 법’(가칭)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잇단 유명작가의 위작 논란이 미술품 구매수요를 감소시켜 국내 미술시장의 안정적·장기적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만큼 전반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따른 것이다.현행법에는 미술품유통업과 감정업을 누구나 할 수 있고 유통업을 영위하기 위한 자격요건이나 결격 사유 등이 없다. 이 때문에 위작 범죄에 관여된 업자라 하라도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는 상황이다.
그만큼 미술품유통업과 감정 관련 최소한의 기준설정, 의무부과 등을 통해 구매자를 보호하고 미술품 유통의 기초질서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는 게 문화체육관광부의 설명이다.
다만 이번 법안에는 당초 추진됐던 방안보다 다소 완화된 내용이 포함됐다. 지난 6월 토론회에서 검토된 추진안에 포함됐던 미술품 등록 및 거래이력신고제는 유통업자가 자체적으로 이력관리 의무를 부과하고 의무 불이행시 행정적 제재를 가하는 내용으로 반영됐다.
또 화랑·경매·감정업의 겸업금지 방안은 이해상충 방지조항으로 도입되고 상생협약을 체결하는 방안을 유도하는 정도로 포함하기로 했다. 미술품 감정사 자격제 및 감정업 등록제의 경우 감정업 등록제를 2년간 유예 경과규정을 두는 선에서 우선 도입키로 하는 대신 감정사 자격제 도입 여부는 2019년 이후에 검토하는 것으로 미뤄졌다.
대신 국립미술품감정연구원 설립, 위작 범죄 처벌 명문화 및 단속 강화, 특별사법경찰 도입 등은 그대로 추진키로 했다.
국내 미술시장은 2016년 천경자 및 이우환 위작 논란이 가열되는 등 국내 미술계 위작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문체부에 따르면 2005년 이중섭 박수근 2800점 위작사건 이후 2007년 박수근의 ‘빨래터’(45억2000만원) 위작 의혹이 재판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결론 없이 마무리됐다.
현재 국내 미술시장 규모는 3496억원(2014)으로 미술시장 호황기인 2007년(6045억)보다 50% 정도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위작은 더욱 기승을 부려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의 2015년 전체 의뢰품(588점)의 40%가 위작으로 판정됐다.
위작 관련 범죄 처벌이 명문화되고 단속이 강화된다. 문체부에 미술품 유통 전문 단속반을 운영하고 법무부와의 협의를 거쳐 특별사법경찰을 도입하기로 했다.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을 개정(법무부 협의), 문체부 저작권 특사경 조직과 연계와 운영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사기죄 사서명위조죄 등으로 미온적인 처벌에 그쳤지만, 위작 관련 범죄에 대한 명시적 처벌조항을 신설된다. 특히 미술품 위작 범죄에 대해 최대 5년 이하 징역,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명문화했다.
문체부는 내년 하반기부터 500만원 이하의 미술품 구입 시 시중 은행사와 카드사 등과 연계해 무이자할부를 지원할 예정이다. 일반 국민들의 미술품 구입에 대한 재정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2014년 국내 미술시장에서 거래된 평균 작품가격은 약 1300만원으로 일반국민 입장에서 미술품 구입에 재정적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다. 문체부는 “국내 미술시장의 안정적 성장 발판 확보를 위해서는 미술품 시장을 육성하여 수요를 창출하고 시장파이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화랑에서 500만원 이하 작품 구입 시 24개월의 무이자 할부를 할 수 있다. 미술품 대여 활성화도 지원한다. 현재 국내 전업 작가 약 5만명이 연간 106만점을 창작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연 판매량은 약 2만7000여점(전체 창작품의 약 2.5%)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대다수 작품은 전시되지 못하고 작업실과 창고 등에서 훼손·유실 위험이 있다는 작가들의 의견이 반영됐다. 문체부는 판매되지 않고 있는 미술품을 편리하게 대여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및 기초인프라 지원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편리한 대여서비스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미술시장에는 화랑협회가 운영하는 한국미술품감정연구소와,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2곳이 감정 업무를 진행해왔다. 감정만 하면 감정싸움나고, 민간이 운영하면서 짜고 친다는 의혹의 시선을 받아 신뢰도가 문제였다.
국립미술품감정연구원은 공공기관으로서 감정 신뢰도를 우선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미술품 위작 관련 수사 및 사법 절차와 과세 징수 절차 등에 있어, 담당 기관이 요청할 경우 이러한 공적 수요에 대응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감정 기법 연구·개발, 감정인력 교육 등을 지원함으로써 미술품 감정업계가 전문성을 향상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뒷받침해나갈 계획이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