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구실하면 이채은, 이채은하면 오구실 떼려야 뗄 수 없게 됐다. 배우 이채은은 웹드라마 ‘오구실’의 여주인공 오구실 역을 맞아 평범한 30대 여성의 일과 사랑, 일상을 담백하게 그려냈다. 드라마 속 가상의 인물이 아니라, 실제 어느 한 사무실에 살아 움직일 것 같은 느낌까지 전한다. 독립영화계의 여신이라 불리는 이채은의 연기 내공이 ‘오구실’ 시즌1, 시즌2에 고스란히 녹아져 있다. 지난해 가을 시즌1에 이어 지난 5월 시즌2가 공개된 오구실은 1000만 조회수를 돌파했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이채은을 만났다. “구실이랑 저랑 교집합이 많기도 하지만 다른 면도 있어요. 구실이는 정말 밝고 낙천적인 친구에요. 저도 그런 면이 있기는 하지만 때로는 어두운 면도 있거든요.”
이채은이 지나가면 ‘어! 오구실이다’라고 할 정도로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에 대한 부담도 있을 법 했다. “스스로 약간 오구실 콤플렉스가 생겼어요. 실제 이채은은 구실이보다 별로인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사람들이 저를 구실이로 보실까 봐요. 일상에서는 그 캐릭터에서 벗어난 보통 사람인데요. 저 스스로 이채은의 자아를 사랑해야 할 것 같아요.”
‘오구실’ 전 에피소드의 꾸준한 인기에 힘입어 지난 6월 9일 KBS Joy와 KBS W에 연속 편성됐다. 또한 6월 29일에는 오구실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콘서트가 열렸다. 홍대의 한 라이브 카페에서 ‘여름밤의 오구실 라이브’ 콘서트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이채은을 비롯해 커피소년, 신병수 등이 참여했다. 72초 웹드라마 ‘오구실’ 팬 70여 명이 초대됐다.
이채은은 “너무 신기하고 감사했다”며 “숨어계신 팬 분들이 있었을 수도 있고 오구실을 사랑하는 분들도 있었을 텐데 그 분들을 오프라인에서 처음 다 같이 만날 수 있었다는 게 너무 감사한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이날 콘서트에서 이채은은 커피소년과 ‘장가갈 수 있을까’를 불렀다. “커피소년과 미리 따로 만나서 연습을 했는데, 사람들 앞에서 부르려니 막상 부담이 크더라고요. 떨리는 마음으로 불렀는데 아쉬운 마음도 있지만 좋게 봐주셔서 감사했어요.”
최근에는 KBS 2TV 드라마스페셜 ‘빨간 선생님’에 출연했다. 이동휘, 정소민과 호흡을 맞췄다. 80년대 시골 여학교를 배경으로 그려지는 성장 드라마에서 이채은은 신임 음악 교사인 박주영 역을 맡았다. 주영은 엄격함보다는 친밀함, 통제보다는 자유로운 교육 환경 속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어 하는 인물이다.
이채은은 “80년대라는 시대적인 배경이 너무 좋았고 제 역할도 좋았다”며 “용기 내서 직접 적으로 뭘 하지는 못하지만 의로운 선생님들을 바라봐주고 마음속으로 응원해주는 모습이 좋았다”고 말했다.
또한 함께 호흡을 맞춘 이동휘에 대해서는 “촬영장에서 진짜 연습을 많이 한다”며 “응팔 드라마 때문에 발랄하고 재밌는 이미지를 상상했는데 완전 진지한 배우였다. 현장에서 불필요한 말은 거의 안 하고 대본을 정말 열심히 보셨다”고 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영화 ‘비밥바룰라’(이성재 감독)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칠순 할아버지들이 그려내는 청춘 가족 영화다. 박인환 신구 임현식 등이 함께 출연한다.
이채은은 “앞으로도 제가 열심히 할 수 있는 역할들을 찾아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오구실을 기다리는 팬들이 있다면 저도 시즌3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조경이 기자 rooke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