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61) 전 대한수영연맹 회장이 한국 ‘스포츠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 전 대한수영연맹 회장은 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열린 제40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892표 중 294표를 얻어 600만 체육인을 대표하는 수장으로 뽑혔다. 이번 선거는 양대 체육회(대한체육회·국민생활체육회)가 지난 3월 통합함에 따라 초대 통합체육회장을 선출하는 역사적인 이벤트였다. 이 당선인은 6일부터 2021년 2월까지 체육회를 이끌게 됐다.
이 당선인을 비롯해 장정수(65)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운영위원, 이에리사(62) 전 국회의원, 장호성(61) 단국대 총장, 전병관(61) 경희대 교수 등 5명이 이번 선거에 후보로 나서 경쟁했다. 장호성 후보가 213표로 2위에 올랐고 전병관 후보가 189표, 이에리사 후보는 171표를 얻었다. 장정수 후보는 25표에 그쳤다.
이 당선인은 “대한체육회를 하나로 녹여내야 한다. 너도 참여하고, 나도 참여하는 통합체육회를 만들겠다”며 “선수들과 체육인들을 먼저 생각하고 솔선수범하는 회장이 되겠다. 모두 함께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100년을 설계하자. 이 길의 선봉에서 머슴으로, 일꾼으로 앞장서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이 당선인은 체육인 출신은 아니다. 하지만 1997년 대한근대5종연맹 고문을 시작으로 대한카누연맹회장, 세계카누연맹 아시아 대륙 대표, 대한수영연맹 회장, 대한체육회 수석부회장을 지냈다.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과 2012 런던올림픽 등에서 선수단장을 지내며 엘리트 체육인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는 대한체육회 통합추진위원장을 맡아 체육회 통합과정에서 중재 역할을 하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체육회 통합 이후 체육계와 잠시 거리를 뒀던 이 당선인은 통합 체육회의 첫 수장을 뽑는 선거에 도전장을 던져 뜻을 이뤘다.
이 당선인은 재정자립을 통한 체육회의 자율성 확보를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스포츠마케팅을 적극 추진하고 국민체육진흥기금의 스포츠토토 수익금 배분 조정을 통해 재정자립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은퇴 선수 및 현역 체육인 일자리 창출과 함께 학교체육활성화를 위해 선수 출신들이 학교체육 특별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생활체육을 활성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체육회 통합과정에서 생긴 각종 문제점을 현장의 입장에서 해결할 것도 약속했다.
이 당선인이 2010년부터 수장으로 있었던 대한수영연맹이 비리와 내부 갈등으로 대한체육회의 관리단체로 지정돼 있다. 대한수영연맹 전·현직 임원들은 횡령과 선수 선발 비리를 저질렀고, 이 때문에 이 회장은 비리에 연루되진 않았지만 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