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기업이라도 시가총액이 500억원 이상이고, 매출이 탄탄하다면 상장이 허용된다. 상장주관사가 상장 후 3개월간 일반청약자에 대해 환매청구권(풋백옵션)을 부여하는 조건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의 상장·공모제도 개편안을 5일 발표했다.
한국 증시는 투자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엄격한 재무적 기준을 적용해 매출해왔다. 매출과 이익이 있는 기업 위주로 상장을 허용했다. 이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유망기업을 선별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국 기업의 상장기준 ROA(총자산순이익률)는 세계최고 수준이지만, 상장 이후에는 매출 증가기업의 비중이 감소하고, 평균 영업이익률도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금융 당국은 지나치게 경직적인 재무적 상장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기업 성장성에 초점을 맞춘 이른바 ‘테슬라 요건’을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는 2010년 미국 나스닥 증시에 적자 상태로 상장했고, 공모로 자금을 모아 세계적 전기차 업체로 성장했다. 금융 당국은 테슬라 요건을 신설해 상장주관사 중심의 기업발굴 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성장성 있는 기업이라면 적자 상태에 있더라도 코스닥 상장을 통해 자본을 조달 할 수 있도록 했다.
우선 상장주관사가 성장성 있는 초기기업을 적극발굴할 수 있도록 상장주관사 중심 특례상장 제도를 신설한다. 자기자본, 생산기반 등이 취약한 초기기업을 위한 별도의 상장제도로 운영된다.
적자 상태에 있더라도 성장성이 있다면 상장을 할 수 있도록 상장 요건도 정비된다. 시가총액이 500억원 이상이고, 직전 매출액이 30억원 이상, 직전 2년 평균 매출증가율이 20% 이상인 조건을 충족하거나, 시가총액 500억원 이상, 공모후 PBR(주당순자산가치 대비 공모가)이 200% 이상인 경우 상장이 가능해 진다.
다만 시총 확보과정에서 무리한 공모가 산정 등이 나타나지 않도록 상장시 상장 후 3개월간 일반청약자에 대해 환매청구권(풋백옵션)을 부여한다.
성장성 위주의 질적심사도 신설된다. 성장성 있는 기업은 당장의 재무적 성과가 부족해도 상장이 가능하도록 적자 단계에서 상장을 신청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다. 관리종목 지정 및 상장폐지 요건 중 매출, 이익 등에 관한 요건은 상장 후 5년 경과 시점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공모제도도 개편된다. 희망공모가격의 산정근거를 증권신고서에 기재할지 여부를 상장주관사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수요예측 방식도 주관사의 자율성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50억원 미만 소규모 IPO(기업공개)에만 허용되는 경매방식이나 단일가격 방식을 일반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상장 요건인 시가총액 500억원 기준이 너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업의 시가총액은 기업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나타내는 지표로 상장적격성을 판단하는 중요 지표”라며 “재무적 성과가 미흡한 기업의 상장요건으로는 필요 최소한의 수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이 같은 개선안을 이르면 올해 안에 추진하기로 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