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주요국의 양적완화가 국내 저물가에 영향”

입력 2016-10-05 12:00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가 수입 물가를 낮춰 국내 저물가 현상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5일 발표한 ‘주요국 중앙은행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국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대규모 양적완화로 글로벌 유동성이 국내로 유입되면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 강세→수입물가 하락→국내 인플레이션 추가 하락을 불러왔다”고 밝혔다. 

 양적완화(QE·Quantitative Easing)는 미국·유럽·일본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통적 통화정책 수단인 정책금리 인하 외에 국채 매입 등을 활용해 장기 금리를 낮춰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경기부양에 나선 것을 말한다. 미 연준은 2008년말 정책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춘 뒤 3차례에 걸쳐 2014년 10월까지 약 4조 달러 규모의 장기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매입한 바 있다.

 한은은 주요국의 양적완화로 중앙은행의 증권보유액이 늘어나면 장기 금리가 낮아지고, 글로벌 자산 재조정이 발생해 외국인의 국내 채권·주식 투자액이 늘어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강세가 발생한다고 봤다. 보고서를 작성한 남민호 한은 통화정책국 과장은 “주요국 중앙은행의 증권보유액 증가율이 32% 높아지면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전년동월대비 1% 포인트 내외 하락하고, 이후 2개월간 하락세를 지속했다”며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개월간 0.2% 포인트 낮아진 후 일정기간 소폭의 하락세를 지속했다”고 분석했다.

 또 양적완화의 영향으로 미국·독일·일본·영국 등 주요국의 장기 국채(10년물) 금리가 평균 0.5% 포인트 하락하면 원화 환율은 달러화 대비 2.5% 하락(원화 강세)하고,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개월 후 0.2% 포인트 가량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 과장은 “원자재 가격 및 국제유가 하락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하방 압력이 주요국 중앙은행의 비전통적 통화정책과 맞물려 어느 정도 증폭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낮은 인플레이션만으로 경제주체들이 국내 경기상황을 과도하게 부정적으로 인식해 경제심리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 관련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