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포 부린 '갑' 1700여명 경찰에 덜미…주로 중년 남성

입력 2016-10-05 12:00
지난달 19일 광주 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차모(24)씨는 밤늦게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큰소리로 통화하는 입주민 이모(53)씨에게 목소리를 낮춰달라고 했다가 화상을 입었다. 이씨가 피우던 담배로 얼굴을 세 차례 지졌기 때문이다. 이씨는 특수상해 혐의로 경찰에 검거됐다.
나씨가 외국인 근로자를 벽에 밀어붙여 폭행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6일 경기도 안성에서는 인도 국적의 외국인 근로자 A(20)씨 등이 회사 간부 나모(48)씨로부터 “경찰에 불법체류자로 신고하겠다”는 협박을 받고 머리 등을 맞았다. 주말근로수당을 받지 못한 것을 고용노동부에 신고한 것이 화근이었다. 경찰은 폭행 혐의로 나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청은 지난달 1일부터 ‘갑질횡포’ 100일 특별단속을 벌여 1289건을 적발하고 이씨와 나씨 등 1702명을 검거해 69명을 구속했다는 중간 성과를 5일 발표했다. 경찰은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 만들기’의 첫 과제로 갑질 횡포 근절을 선언하고 100일 단속을 벌여왔다. 이철성 청장 취임 후 첫 특별단속이다.

 중점단속대상은 권력·토착형 공직부패비리, 계약·납품 등 거래관계 리베이트 등 불법행위, 직장·단체 내 인사·채용비리 및 (성)폭력·강요행위, 블랙컨슈머·사이비 기자 금품갈취 등이다.

 가장 많이 적발된 유형은 769건으로 59%를 차지한 블랙컨슈머였다. 혐의의 세부 유형별로는 폭행·상해(64%), 업무방해(24.9%), 재물손괴(6.6%), 갈취·협박(3%) 순이었다.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불법행위를 하는 전형적인 갑질 횡포는 520건(41%)을 차지했다. 직장·단체 내 금품착취(횡령)·폭행 등 불법행위가 150건(28.8%),직장·학교 등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범죄 86건(16.5%), 외국인 노동자 등 사내 근로자 임금 착취·원청업체 기술 빼돌리기 등 불공정 거래행위 30건(5.8%)이었다. 

 이어 거래관계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하청업체 리베이트 등 19건(3.7%), 사이비 기자 갈취 17건(3.3%), 권력형·토착형 공직비리 16건(3.1%), 기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각종 불법행위 202건(38.8%)도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가해자인 갑(甲)은 주로 연령이 높은 남성이었다. 남성이 89.6%로 여성(10.4%)보다 비중이 컸고 연령별로는 50대(29.8%), 40대(27.2%), 30대(18.3%), 60대(12.1%), 20대(8.8%) 순이었다.

 블랙컨슈머 갑질 가해자의 직업은 무직자(32.8%), 회사원(18.3%), 자영업자(17%) 등의 비율이 높았다. 블랙컨슈머를 제외한 전형적 갑의 직업은 개인 사업가(24.8%), 대기업·중소기업 사원(16%), 교원 등 공무원(12.7%) 등이 많았다.

 피해자인 을(乙)의 경우 상대적으로 여성 비율(32.5%)이 높았다. 직업별로는 자영업자(25%), 회사원(19.8%), 종업원(11.5%), 학생(8.2%), 일용직 노동자(5.2%), 시장상인(2.6%), 공무원(1.3%), 경비원(1.2%) 순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50대(26.2%), 40대(22.6%), 10대∼20대(22.2%), 30대(16.1%) 순이었는데 특히 10대~20대 학생 피해자 150명 중 87명이 성범죄 피해를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경찰청 수사국장을 팀장으로 하는 갑질 횡포 근절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전국 지방청·경찰서까지 총 2069명의 TF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각 경찰서에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자문변호사를 위촉하고, 장애인인권센터, 범죄피해자지원센터, 외국인도움센터, 성폭력상담소 등 유관기관과 연계한 피해자 보호 및 지원 체제를 정비도 병행하고 있다. 특별 단속은 12월 9일까지 이뤄진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