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안 교회’를 세워라] “혼자 밥 먹는 친구가 없게”…따스한 소망으로 세상을 바꾼다

입력 2016-10-05 09:38 수정 2016-10-05 10:16
부산 기장고 기도모임 아이들이 학교 생물실에서 함께 기도를 한 뒤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처음엔 6명으로 시작했지만 각자 안 보이던 곳에서 기도하던 아이들이 참여하면서 지금은 40여명으로 늘었다.

‘혼자 밥 먹는 친구가 없게 하자.’

 아이들은 학교 생물실에 모여 함께 기도하다가 이런 약속을 했습니다. 학교에서도 예수님을 믿는 사람의 모습으로 살겠다는 다짐이자 의지의 표현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점심시간에 혼자 밥 먹는 친구가 보이면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었습니다. 학교 안 기도모임을 응원하는 국민일보가 오늘 소개해 드릴 아이들은 부산 기장고 기도모임 학생들입니다.

 기장고 기도모임은 지난 3월 처음 시작됐습니다. 이 모임을 제안한 사람은 이 학교 재학생이 아닙니다. 올해 대학을 졸업한 서혜림(22·여)씨는 유튜브에서 우연히 ‘스쿨처치’ 관련 영상을 본 뒤 모교에 기도모임을 세워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장고 3학년인 친동생 예진(18)양에게 기도모임을 만들자고 제안했고, 함께 기도할 친구들을 모았습니다.

 첫 모임엔 6명이 참여했습니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모여 기도제목을 나누고 서로를 위해 기도했습니다. 이 사실이 학교에 알려지자 함께 기도하겠다는 친구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알고 보니 학교 안에는 2~3명씩 모여 기도하던 친구들이 여럿 있었답니다. 주변 시선을 의식해 남몰래 기도하던 아이들이 함께 하기 시작하면서 이젠 모임에 참여하는 인원이 40여명에 이릅니다.

 지난 7월엔 아이들이 스스로 학교 안에서 전도 축제를 열었습니다. 하나님을 전하기 위해 직접 홍보영상을 만들고 헌금을 모아 간식을 준비했습니다. 틈날 때마다 찬양을 연습해 특송도 했습니다. 이날 100명 가까운 아이들이 참석했답니다. 감격한 예진양이 말했습니다. “하나님을 전하는 자리에 100명 정도나 되는 학생이 함께 했다는 건 은혜라고 밖에는 설명이 안돼요. 함께 기도하면서 예수님 붙잡으려고 발버둥치는 친구들, 너무 사랑합니다.”

어느 날 기도모임의 한 아이가 학교에 지각을 했습니다. 선생님은 “기도모임을 하는 애가 지각을 하면 어떻게 하니”라며 나무랐습니다. 아이는 꾸중을 들으며 ‘학교에서 좀 더 크리스천다운 모습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는 기도모임에서 이 경험을 나눴고,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크리스천답게 행동하자고 다짐한 뒤 몇 가지 수칙을 정했습니다. 지각하지 말기, 밥 먹을 때 기도하기, 선생님께 반항하지 말기 등등. 혼자 밥 먹는 친구가 없게 하자는 것도 그 중 하나입니다.

아이들은 매주 서로를 위해 기도해 줄 ‘기도 짝’을 정합니다. 짝이 정해지면 학년이 높은 학생이 먼저 짝꿍을 찾아가 서로 사탕을 주고받은 뒤 일주일동안 서로 수호천사 역할을 합니다. 이렇게 한주 동안 서로를 챙겨주다 보면 어색했던 친구들도 다 친해진다고 합니다. 김경미양은 “힘들거나 고민이 있을 때 함께 기도해주는 친구들이 있어서 너무 고마웠다”고 했습니다.

얼마 전 아이들은 ‘꿈 찾기 프로젝트’라는 걸 했습니다. 각자의 꿈에 대해 하나님께 기도하며 곰곰이 생각해보는 프로젝트입니다. 아이들은 ‘내가 만들고 싶은 세상’에 대해서도 단체 카카오톡 방을 통해 서로 나누었습니다. 아이들은 대부분 지치고 힘들어하는 이들을 위로해주는 세상을 꿈꾸고 있었습니다. ‘혼자 밥 먹는 친구가 없게 하자’는 약속은 아이들 스스로가 그런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애쓰는 것이었습니다.


 전화를 끊기 전 혜림씨가 이런 부탁을 하더군요. “우리 기도모임 친구들이 골리앗 같은 세상 앞에서 여호와 이름 하나로 승리를 거두는 다윗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서혜림씨가 손글씨로 적은 부산 기장고 기도모임 아이들을 위한 기도제목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