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철도총공사가 운영하는 열차표 예매 사이트 ‘12306.cn’은 지난해부터 숫자와 영어 알파벳이 혼합된 형식의 인증 절차 대신 이미지 인증 시스템을 도입했다.
화면에 “방울 그림을 모두 고르시오”라는 문제에 8개의 그림을 제시하고 답을 찾으라는 식이다. 일부 중국 네티즌은 “인증한다면서 무슨 퀴즈를 내느냐”고 반발했다. 하지만 누구보다 불편을 겪는 사람은 시각장애인이다.
베이징에서 안마사로 일하는 시각장애인 천원(가명)씨는 베이징 하이뎬구 법원에 새 인증절차 도입으로 인터넷 기차표 예매가 불가능하다며 택시비 110위안(약 1만8000원)과 정신적 피해 보상금 1위안(약 165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간쑤성이 고향인 천씨는 알파벳과 숫자를 요구하는 인증 과정은 문자·음성 변환 소프트웨어로 해결했다. 하지만 그림 인증 절차가 도입되면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기차표가 예매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시각장애인을 차별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철도총공사 측은 “암표를 근절하려고 새 인증 시스템을 도입했다”며 “시각장애인은 다른 방법으로 기차표를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차별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4일 베이징청년보에 따르면 하이뎬구 법원은 철도총공사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스마트폰 앱이나 자동 구매기 등 그림 인증 절차가 필요 없는 다른 방식으로 기차표를 살 수 있다”면서 “시각장애인의 공평한 열차표 예매권과 자유롭게 여행할 권리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천씨는 항소 여부를 고민 중이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