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측과 백남기 투쟁본부는 4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대병원 측에 사망진단서 정정 공문을 보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3일 서울대병원 특별조사위원회가 “백씨는 ‘병사’가 아닌 외인사가 맞지만 사망진단서 작성은 의사 고유 권한이라 수정을 강요할 수는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은 데 따른 조치다. 이 의견에는 특조위원 전원이 뜻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영선 변호사는 “사망진단서 작성은 부원장과 백선하 교수의 지시로 전공의가 진행했다”며 “작성 주체는 담당 전공의이므로 그가 고치도록 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투쟁본부는 서울대병원 원장과 부원장에게 면담을 신청해 놓은 상황이다.
부검에 대한 반대 의사도 거듭 밝혔다. 이날까지 부검 협의를 위한 대표를 선정해달라던 종로경찰서 요청은 사실상 거부된 셈이다. 대책위 이정일 법률단장은 “부검 결정에 앞서 가족들이 부검을 위해 발부된 압수수색검증영장 내용을 알아야 하는데 열람을 거부당해 종로경찰서에 정보공개를 신청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정현찬 투쟁본부 공동대표는 “부검을 전제로 협상단을 꾸리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물대포에 의한 사망이 충분히 입증됐기 때문”이라고 못박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이날 경찰이 백씨 사건과 유사한 부검 사례로 제시했던 사건이 재판에서 ‘병사’를 인정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망진단서가 잘못됐고 부검은 불필요하다는 유족 측 주장에 힘이 실린다.
박 의원이 경찰과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이 제시한 사건은 2014년 강원 원주시에서 발생했다. 자택에 침입한 절도범의 폭행으로 의식을 잃은 피해자는 9개월간 입원해있다가 폐렴으로 사망하면서 부검을 받았다. 이 사건은 올 5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2심을 담당했던 서울고등법원 춘천 형사1부는 “직접적 사인은 폐렴이라 할지라도 폐렴이 피고인이 가한 외상과 피해자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단절시키지 않는다”며 병사가 아닌 외인사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피고인에 상해치사죄를 적용했다. 또 법원은 “폐렴이 피고인이 가한 외상과 전혀 관계없는 피해자의 독립적 사망원인이라고 할 수 없다”는 등의 의사 진술을 채택하기도 했다.
백씨의 직접사인은 심폐정지, 그 원인은 급성신부전증이더라도 선행사인(원사인)이 급성경막하출혈인만큼 이 사건과 마찬가지로 법원이 병사보다 외인사로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는 풀이가 나온다.
박 의원은 “진단서상 병사이든 외인사이든 법원의 판단은 결국 사망의 원인을 제공한 경찰의 책임을 인정할 것”이라며 “부검을 강행하는 것은 결과가 뻔한데도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며 유족에게 또 다시 고통을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수민 오주환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