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안과질환은 급하게 수술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안과 영역에서 가장 대표적인 질환인 백내장의 경우 대부분 본인의 일상생활이 불편할 때 수술을 받으면 된다.
그렇다 보니 눈이 잘 보이지 않아도 자연스런 노화의 현상이라고 여기고 병원을 찾지 않다가 치료시기를 놓쳐 실명위기에 이르는 경우가 있다.
김안과병원은 지난 2015년 한 해 동안 야간진료실을 통해 긴급 입원한 환자 85명의 입원사유를 조사해보니 72%(61명)는 망막박리에 의한 출혈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4일 밝혔다.
그 다음으로는 수정체 탈구 11%(9명), 외상으로 인한 각막파열 9%(8명), 유리체 출혈, 녹내장, 안내염 각 2%(2명) 등이 뒤를 이었다.
수정체 탈구는 대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백내장 수술을 받다 발생한 경우로 역시 망막전문의의 빠른 처치와 수술이 있으면 대부분 별다른 후유증 없이 시력을 회복할 수 있다.
또 망막박리는 안구의 안쪽에 부착되어 있는 망막이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제 위치에서 떨어지는 경우를 말한다.
우리 눈 속의 대부분은 유리체로 채워져 있고, 이 유리체는 망막과 비교적 단단히 부착되어 있다. 하지만 나이를 먹음에 따라 유리체내의 액화가 일어나면 빈 공간이 생기게 되고, 유리체의 유동성이 증가함으로써 뒷유리체의 박리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때 망막이 같이 찢어질 수 있다. 따라서 눈에 아무런 이상이 없던 경우에도 갑작스럽게 망막박리가 발생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유리체 액화는 눈 속 수술, 눈 외상, 눈 속 염증 등을 겪은 사람들에서 더 흔히 나타나기도 한다. 고도근시가 있는 눈, 아토피로 인한 피부염 등이 있는 사람에게서는 젊은 나이부터 진행되기도 한다.
김안과병원서 응급수술을 받는 망막박리 환자들 중에는 50대가 31%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40대 25%, 30대 8%, 20대 7%, 10대 7% 등의 순서를 보였다.
망막박리는 제 때 치료하지 않으면 실명에까지 이를 수 있는 망막질환이다. 한국망막학회가 2012년 망막질환으로 실명을 진단받은 환자 882명을 분석한 결과 망막박리로 인한 실명은 130명(14.7%)으로 당뇨망막병증(23.2%). 황반변성(21.4%)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김철구 김안과병원 망막병원 교수는 “망막박리는 진단을 받게 되면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수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른 질환에 비해 입원 환자가 많을 수 밖에 없다. 망막이 떨어진 지 오래되거나 중심 부분이 떨어진 경우는 수술을 해도 최종 교정 시력이 안 좋을 수 있으므로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안과를 방문, 수술을 받는 것이 눈을 보호하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망막박리는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으나, 망막이 떨어져 나가기 전에 번쩍거리는 느낌이 지속되다가, 침침해지거나 커튼이나 그림자가 드리운 듯이 시야의 일부분이 잘 안보이게 된다.
김 교수는 “망막박리는 빠르면 수일, 또는 수주 내에도 급속하게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평소 정기적인 검진은 물론,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한 밤중 안과수술 72%는 ‘망막박리’ 때문
입력 2016-10-04 14:55 수정 2016-10-05 1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