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여성에 흔한 희귀 폐암 발생 베일 벗겼다

입력 2016-10-04 10:53
동아시아 여성에게 5배 가량 많이 발견되는 희귀 폐종양인 경화혈관종(PSH) 발생에 얽힌 수수께끼를 국내 의료진이 푸는데 성공했다.

가톨릭의대 미생물학과 정연준, 병리학과 이석형(사진), 암진화연구센터 정승현 교수 연구팀은 "베일에 가린 폐 경화혈관종 조직을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법으로 정밀 분석한 결과 ‘AKT1 유전자’의 돌연변이 때문에 발병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4일 밝혔다.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최근호에 게재됐다.

의학계는 그동안 경화혈관종도 폐에서 생기기 때문에 폐암과 같이 폐의 상피세포에서 발원하지 않을까 추정해왔다. 그러나 전장 유전체 변이 양상이 한번도 알려진 바가 없었고, 아시아 여성에게 주로 발생해 여성 폐암과 유전적으로 감별이 어려운 게 난제였다.

연구팀은 폐 경화혈관종 환자 68명(여성이 91%)에게서 얻은 종양조직을 NGS법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46.6%에서 종양유전자로 알려진 AKT1 돌연변이가 발견됐다. 베타카테닌(β-catenin) 돌연변이도 4.5%에서 검출됐다.

연구팀은 또한 폐 경화혈관종를 구성하는 상피세포와 간질세포 중 어떤 세포가 진정한 종양세포인지를 규명하기 위해 상피세포 및 간질세포를 각각 따로 분리하여 유전자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상피세포 및 간질세포 두 세포 모두 AKT1 돌연변이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경화혈관종의 대부분이 AKT1 및 β-catenin 돌연변이와 관련이 있다는 뜻이다.

이석형 교수는 “폐암은 암 중에서 가장 사망률이 높은 암으로 폐에서 생기는 다른 종양 및 염증성 병변과의 감별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 폐 경화혈관종의생물학적 기능을 좀더 연구하면 보다 정확한 폐암 감별 진단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2015년 국내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폐 경화혈관종과 혼돈되기 쉬운 폐암은 전체 암 사망의 22.6%를 차지하고 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