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묵상] 하나님은 장님이 된 새의 보금자리를 만드시는 분

입력 2016-10-03 17:26 수정 2016-10-03 17:37
[이재선 작] 청춘-심연 深淵 부분_137×278cm_한지에 채색_2016


하루 하루가 힘겹습니다. 우리가 부모의 품을 어느 정도 떠나 자아가 생겼을 때 세상의 고단함이 함께 몰려왔습니다.

 우리 각자는 인격적으로 홀로 갈 수 있는 독립된 존재인 줄 알았으나 끊임없이 타인과의 관계 설정을 해야 했고, 그 관계에서 벌어지는 두려움에 맞서야 했습니다. 또 세상은 우리가 생각했는만큼 아름답지도 않아 그 어디선가 폭력과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고, 그로 인해 먹구름과 같은 공포가 앞길을 어둡게 했습니다.

 우리가 인격적 존재가 되었을 때 불행히도 동시에 절망했습니다. 그리고 그 절망에서 헤어날 길은 기도 밖에 없다는 것을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알았습니다. 

 터키 속담에 '하나님은 장님이 된 새의 보금자리를 만드신 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눈동자 같이 지켜보고 계시므로 우리는 우리 모두의 보금자리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다만 우리가 잊고 있는 생명 근원을 위해 기도로서 생각하시고 기도로서 간구하십시오. 

장님이 된 새의 보금자리조차 만드시는 하나님입니다.

[전시노트] '이재선 展'이 5일~11일 서울시 종로구 인사4길 12  갤러리M(02-737-0073)에서 열린다. 작가는 “‘뿌리根本’ 장르의 작품을 통해 유학시절 작가로서 나의 정체성 확립의 근간을 고민하였고 내가 가지는 뿌리에 대한 고찰을 작품 속에 등장하는 전통적 소재를 통하여 풀어내려 했고 ‘청춘靑春’에서는 비극에 노출되어 자존감을 잃고 살아가는 청춘의 자화상 그 속에서 희망을 품으려고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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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