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자회사인 원전 설비 정비 공기업 한전KPS가 퇴직자 회사에 최근 5년간 350억원 규모의 수의 계약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밝혀졌다. 퇴직자들이 관련 업체 간부로 대거 취업한 사실도 드러나 일자리를 대물림해가며 공생하는 ‘원피아’(원전+마피아)의 생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이 한전KPS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하도급 정비 수의 계약 내용’에 따르면 한전KPS 출신이 대표를 맡고 있는 에이스기전, 금화PSC, 한국플랜트서비스, 주식회사 삼신이 모두 합쳐 352억1825만원 어치의 계약을 따냈다. 전체 계약 금액(1024억2800만원)의 34%다.
한전KPS이 퇴직자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으며 내놓은 사유는 대개 ‘소요시기 시급’이다. 134건 중 69건이 그랬다. 이는 긴급 복구가 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 정비가 시급하다는 이유로 퇴직자 업체에 일감을 몰아준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전체 수의 계약의 20%를 독차지한 에이스기전의 임원진을 살펴보면 원피아의 공생 관계가 드러난다는 지적이다. 이 회사는 2003년 한전KPS 퇴직 직원들이 설립한 민간 발전 정비 회사다. 현직 이온로 사장은 한전KPS 원전 분야에서 장기간 근무한 이력이 있다. 전직 사장 2명과, 부사장·이사·고문 등 현직 간부 9명도 모두 한전KPS 고위급 출신이다. 사실상 한전KPS 고위직 출신이 전관예우를 받으며 일자리를 대물림하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전KPS에서는 에이스기전을 사실상 ‘인생 2모작’을 위한 회사로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공기업이 퇴직자가 대표로 있는 민간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일자리까지 대물림한다는 것은 모럴해저드의 극치”라며 “원피아를 뿌리 뽑지 않고서는 우리나라 원전 안전을 담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