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으로 헤어진 母女, 34년만에 눈물의 상봉

입력 2016-10-03 11:02
남편의 폭력으로 딸과 헤어진 어머니가 34년 만에 헤어진 딸과 눈물의 상봉을 했다.

부산 동래경찰서는 어머니 최모(59·여)씨와 딸 정모(36·여)가 경찰서 10층 여성청소년수사팀 사무실에서 극적으로 상봉했다고 3일 밝혔다.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가출한 최씨는 1982년 두고 온 돌 지난 딸을 잊지 못해 가슴에 한을 품고 살아오던 중 지난 8월 23일 동래경찰서를 찾아 “딸을 찾아 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경찰이 최씨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딸을 찾아 나섰지만 남아 있는 기억이라곤 딸과 아이 아빠의 이름 석 자, 생년월일 정도였다.

경찰은 두 사람이 태어난 해를 토대로 전국의 주민등록 정보를 뒤졌다. 딸과 같은 이름의 1981년생이 전국에 13명 살고 있었다. 그러나 모두 딸아이가 아니었다. 출생년도 검색 폭을 더 넓혔음에도 딸과 남편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최씨는 뒤늦게 함께 살았던 남편의 이복 여동생 이름과 나이를 겨우 떠올렸다. 그러나 올케 역시 20여년 전에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숨진 올케의 가족관계를 조사해 광주에 사는 망자(亡者)의 친언니를 찾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최 씨의 딸이 2013년 결혼해 전남의 한 소도시에 살고 있다는 진술도 확보할 수 있었다. 34년 동안 생사조차도 알 수 없었던 딸을 찾게 된 것이다.

딸은 이날 엄마가 들고 온 자신의 어릴 적 사진을 보며 남편과 함께 환하게 웃었고, 최씨는 경찰관들에게 “딸을 찾아주셔서 감사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