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실패했다. 가을야구 말이다. 벌써 9년째다. 한화 이글스의 얘기다.
올 시즌에는 우승권에 근접할 줄 알았다. 거액을 들여 비시즌 동안 자유계약선수(FA) 영입에 힘을 썼다. 결과는 참혹했다. 5할 승률에 미치지 못했다. 한화는 그렇게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독수리 군단의 마지막 가을은 2007년이다. 당시 67승 2무 57패 승률 0.540으로 패넌트레이스 3위를 차지했다. 이후엔 가을야구와 인연이 없었다. 한화의 9년 연속 가을야구 실패는 LG 트윈스(2003~2012시즌)에 이어 역대 2위 기록이다.
마리 한화. 팬들은 한화의 야구를 그렇게 불렀다. 중독성이 있다면서 말이다. 거의 다 진 경기를 뒤집고 승리했다. 그럴 때마다 한화 팬들을 포효했다.
많이 화나. 한화 야구를 이렇게 일컫기도 한다. 거의 다 이긴 경기를 허무하게 내줄 때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한화 팬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2일 KIA 타이거즈가 kt 위즈에 3대 1로 이겼다. 단 1개밖에 남지 않았던 트래직 넘버가 사라졌다. 잔여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한화의 가을야구가 무산되는 순간이었다.
한화는 넥센 히어로즈에 1대 4로 졌다. 팬들이 원성이 하늘을 찌르는 듯했다. 한화 이글스 홈페이지, 야구 커뮤니티, 기사 댓글에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글들이 쏟아져 나왔다.
어김없이 특타 소식도 들려왔다. 5강 탈락이 확정된 이날도 일부 한화 선수들은 경기장에 남아 배트를 휘둘렀다. 한화는 3일 서울 잠실구장으로 이동해 두산 베어스와 경기를 치른다. ‘벌써 내년을 준비하는 건가’ ‘내일 원정인데 굳이 특타를 해야 했는가’라는 식의 조롱섞인 말들이 새어 나왔다.
보살 팬들도 이젠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선수 기용 방식과 지도 스타일에서 팬들과 이견을 보였던 김성근 감독에 대한 비난도 날이 갈수록 거세진다. 선수단 운영은 사령탑의 고유권한이라지만 성적이 나오질 않으니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게 쉽지만 않다.
운도 따르지 않았다. 주축 선수들이 시즌 초반 줄부상에 시달렸다. 외국인 투수 농사도 흉작이었다. 전반기 막판 에스밀 로저스와 알렉스 마에스트리를 모두 교체했다. 대체 선수들도 기대만큼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독수리 군단의 10월은 올해도 씁쓸하기만 하다. 홈구장 이글스파크는 최다 매진 신기록을 세웠다. 그만큼 야구 열기가 뜨거웠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가을만 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식어버린다. 올해도 그랬다. 한화에 드리워진 만년 하위팀 이미지도 변한 게 없다.
올해도 이어진 추락. 한화 독수리들은 이번 가을에도 날개를 펴지 못했다. 내년엔 할 수 있을까. 가을야구 말이다. 한화 이글스의 얘기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