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이라 쓰고 ‘인생의 동반자’라 읽는다

입력 2016-10-03 00:03 수정 2016-10-03 00:03
MBC 제공

시작은 미약했으나 기어이 창대한 결실을 맺었다. MBC ‘무한도전’(이하 ‘무도’)이 500회 대장정을 완수했다. 짠하고 궁상맞던 11년 전 모습은 이제 흐릿하다. ‘국민예능’ 수식어가 붙는 유일한 예능프로그램이 됐다.

2005년 4월 ‘토요일’의 한 코너 ‘무(모)한 도전’으로 시작한 ‘무도’는 2006년 5월 ‘국내 최초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단일 프로그램으로 독립했다. 초반 멤버 변화가 잦았으나 2006년부터 유재석·박명수·정준하·정형돈·하하·노홍철 6인 체제로 굳어졌다.

이후에도 종종 멤버 교체가 있었다. 2008년 4월부터 고정 출연했던 전진은 2009년 10월 군에 입대했다. 2009년 4월부터 2014년 4월까지 5년간 함께했던 길은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고 하차했다. 노홍철도 같은 이유로 2014년 11월 프로그램을 떠났다. 2005년부터 ‘무도’를 지킨 원년멤버였던 그이기에 대중의 실망은 더욱 컸다.

소와 줄다리기 하던 시절부터 묵직하게 버팀목이 되어준 정형돈의 하차 역시 뼈아팠다. 정형돈은 지난해 11월 불안장애를 호소하며 활동을 중단한 뒤 지난 7월 완전 하차를 선언했다. 지난해 5월 ‘식스맨’ 프로젝트로 발탁된 황광희(제국의 아이들)는 아이돌 신분을 잠시 내려놓고 웃기기 위해 무던히 애쓰고 있다.

‘대한민국 평균 이하’라는 공통분모로 만난 멤버들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예능인들로 성장했다. 2일 한국기업평판연구소에 따르면 10월 예능방송인 브랜드평판 조사(9월 1일~10월 1일) 결과 유재석이 1위를 차지했다. 뒤이어 양세형, 박명수, 하하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무도’는 이미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11년째 독보적인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연말마다 열리는 MBC 연예대상에서 무려 7차례나 최고의 프로그램으로 뽑혔다. 독보적인 화제성은 물론 아이돌 부럽지 않은 두터운 팬 층을 보유했다.

인기의 이유는 명확하다. 끊임없이 ‘다름’을 추구하는 제작진과 멤버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태호 PD와 MC 유재석이 선봉에 섰다. 지하철과 달리기 시합을 하고 맨몸으로 비행기 끌던 초창기부터 모두 한 마음이었다. 거의 매회 새로운 특집을 선보이고 쉬지 않고 대형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도 이들은 지칠 줄 몰랐다.

2007년 강변북로에서 조그맣게 시작한 가요제는 점점 스케일이 커져 2009년 올림픽대로, 2011년 서해안 고속도로, 2013년 자유로, 2015년 영동고속도로에서 2년마다 열렸다.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2008) 특집으로 포문을 연 추격전은 다양한 형태로 계속 진화했다. 콩트 형식으로 선보인 ‘무한상사’, 왕년의 가수들을 소환했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토토가)’ 등도 파격적이었다.

구슬땀을 흘렸던 스포츠 특집을 빼놓을 수 없다. 2007년 댄스스포츠, 2008년 에어로빅, 2009년 봅슬레이, 2010년 레슬링, 2011년 조정에 이르기까지 부지런히 도전했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어루만지는 동시에 보는 이에게 뜨거운 감동을 줬다.

특히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이 살았던 하시마섬을 찾은 ‘배달의 무도’와 도산 안창호 선생의 발자취를 되짚어본 ‘도산을 찾아서’ 특집은 ‘무도’가 왜 국민예능으로 칭송받는가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내려줬다.


11년 내내 순탄하지 만은 않았다. 일부 멤버들이 사고를 칠 때마다 한 번씩 휘청했다. 계절적 영향 혹은 예능 트렌드에 따라 시청률이 들쭉날쭉하기도 했다. ‘무도의 위기’라는 말은 잊을 만하면 나왔다. ‘무도’이기에 평가의 잣대는 더욱 엄격했다.

갖은 풍파를 겪고도 ‘무도’는 여전히 우리 곁을 지키고 있다. 함께 울고 웃으며 인생 고락을 함께했다. 멤버들은 1일 방송된 500회 특집에서 시청자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임시 멤버 양세형도 영광의 순간을 함께했다.

대표로 발언 기회를 얻은 박명수는 “시청자 여러분의 변함없는 사랑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초기 멤버들과 계속 오지 못한 게 아쉽긴 하지만, 500회를 넘어 1000회까지 열심히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무도’의 중심이자 영원한 1인자 유재석은 “무도는 저희 인생의 한 부분이다. 여러분도 그렇게 생각하시리라 믿는다. 연애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기까지 모든 과정을 무도와 함께했다. 이 안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저희가 못 웃길 때 따끔하게 질책해 주시고 재미있으면 많이 웃어주시라. 지금처럼 한 주 한 주 열심히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