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농민 추모대회 마무리...“부검말고 특검하라”

입력 2016-10-01 21:59
백남기 농민 추모대회 참가자들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우리가 백남기다'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사망한 농민 백남기(69)씨 추모대회가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4·16연대, 백남기투쟁본부 등은 1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3만명(주최 측 추산, 경찰 추산 7500명)이 참여한 가운데 ‘노동개악, 성과퇴출제 폐기 범국민대회’와 ‘백남기 농민 추모대회’를 열고, 고(故) 백남기 농민 부검과 성과연봉제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공공운수노조는 “정부의 기득권 이기주의 딱지 붙이기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파업 지지가 확대되고 있고 파업 불법 규정은 법원과 중앙노동위원회 등 국가기구 조차 합법으로 판정하며 사실상 실패했다”며 “서울시 산하 지방공기업 집단교섭은 정부 2대 지침에 정면으로 반하는 노사합의를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가 여론 조작과 탄압으로 공공노동자의 파업을 멈출 수 있으리라 판단한다면 큰 오산”이라며 “더 큰 규모의 2차 파업을 불러올 뿐임을 명심하라”고 강조했다.

 범국민대회는 오후 4시 백남기 농민 추모대회로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박주민, 표창원, 이재정 의원 등 국회의원을 비롯한 농민과 빈민, 대학생 등 시민들은 ‘백남기를 살려내라’ ‘강제부검 중단하라’ ‘물대포를 추방하고 국가폭력 종식시키자’ ‘부검말고 특검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백씨의 둘째딸 민주화씨는 추모대회에서 “긴 시간 고통받으시던 아버지가 떠났다. 자식으로서 못해드린 것도 많고 풀어야할 억울함도 많아 죄송할 뿐”이라며 “진실을 숨기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많은 거짓을 동원해야한다. 이게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쌓이고 쌓이면 끝내 무너질 것이고 그 자리에 있는 진실만이 더 빛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왜 부검에 동의하지 않느냐는 사람이 있는데, 어떤 자식이 아버지 시신을 수술대에 올려 또 정치적으로 휘둘리게 하고 싶겠는가”라며 “경찰이 노래하던 준법, 그보다 위에 있는 것은 생명이다. 경찰들은 이 집회 참가자들을 끝까지 보호해 달라. 우리는 모두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유경근 세월호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추모발언을 통해 “더 이상 세월호에서, 물대포에서 죽어가는 사람이 없도록 희생당하는 사람이 없도록 이 세상을 지금 당장 바꿔야겠다”며 “이 세상을 바꾸는 것은 바로 나, 바로 우리”라고 말했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매우 중요한 것은 경찰이 언제든 부검을 강요하기 위한 시신탈취를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총궐기는 이미 시작됐다. 우리의 투쟁은 8일 전국 동시다발 추모집회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위대는 오후 5시30분쯤부터 대학로를 출발해 종로5가를 거쳐 종각역 사거리까지 행진했다. 오후 6시20분쯤 청계천 모전교 방향으로 좌회전하는 대신 종로구청앞 사거리로 진출했다. 당초 투쟁본부는 종로구청앞 사거리에서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까지 1.8㎞ 구간을 행진하겠다고 신고했으나 경찰은 금지 통고를 내렸다.

 경찰은 종로구청앞 사거리에서 시위대를 막아섰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고, 경찰이 해산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연행, 강제 해산 등 큰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시위대는 임시 분향소를 만들어 백씨의 영정을 세우고 헌화하는 등 추모대회를 이어간 뒤 오후 7시50분쯤 해산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