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부부 동의했다면 제3자 정자로 낳은 자녀도 친자식”

입력 2016-10-01 12:47
부부가 서로 동의했다면 제 3자의 정자로 인공수정해 낳은 자녀도 친자식으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부장판사 허부열)는 A씨가 자녀 B씨를 상대로 낸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소송에서 1심과 같이 지난달 21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1985년 결혼한 이후 자녀를 낳지 못하다 무정자증 진단을 받았다. 이에 제3자로부터 정자를 제공받아 시험관시술로 자녀를 갖기로 부인과 합의해 1993년 B씨를 낳았다.

A씨는 B씨를 자신의 자녀로 출생신고하고 20년 가까이 키워왔다. B씨도 A씨가 자신의 친부라고 믿고 살아왔다. 그러나 2013년 A씨 부부는 갈등 끝에 협의이혼을 결정했다. B씨는 그 무렵 부모가 다투는 도중 자신이 친자식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서야 사실을 알게 됐다.

 A씨 부부의 이혼은 지난해 성립됐다. 그러나 A씨는 B씨가 자신의 친생자가 아니라며 친생자관계부존재 소송을 냈다. A씨는 B씨가 혈액 및 유전자 감정촉탁 결과 유전학적으로 부녀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은 제3자 정자 인공수정에 동의한 사실이 없고 단지 묵인했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부가 동의했다면 제3자의 정자를 이용해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아이라 하더라도 친생자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A씨가 무정자증 진단 이후 제3자 정자 인공수정에 동의했고 이후 B의 출생에 대해 아무런 문제 제기도 하지 않았다”며 “인공수정의 경우 불임검사 등 배우자의 협력과 동의가 반드시 필요해 A씨의 동의없이 B씨를 출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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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