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FC에서 부활의 나래 편 정승용

입력 2016-10-01 10:54
사진=강원 FC 제공

강원 FC의 왼쪽 수비수 정승용(사진)이 힘겨운 시간을 딛고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정승용은 이번 시즌 팀이 치른 33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섰다. 1라운드에서 교체로 나온 것을 제외하면 그라운드를 벗어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강원에서 유일하게 전 경기에 출전한 선수가 정승용이다.
 하지만 1년 전까지만 해도 정승용은 경기에 전혀 나서지 못한 선수였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 손에 이끌려 축구부에 들어간 정승용은 부산에서 서울로 축구 유학을 떠났다. 동북중-동북고를 졸업하고 FC 서울에 우선지명을 받았다.
 그는 2009년 동북고에 고교클럽챌린지리그 우승컵을 안기며 MVP로 선정될 정도로 주목받는 유망주였다. 각급 청소년 대표도 두루 거쳤다. 2010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챔피언십 8강 일본전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티켓을 따내는 데 힘을 보태기도 했다. 지동원 등과 같이 한국 청소년 대표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그러나 프로의 세계는 냉혹했다. 데뷔 시즌 경남으로 임대돼 5경기에 출전하면서 1도움을 기록했다. 이후 상황은 더 악화됐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서울에 있으면서 4년 동안 단 2경기 출전에 그쳤다. 축구 팬 사이에서도 정승용이라는 이름이 점차 잊혀졌다.
 포지션도 바뀌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프로 입단까지 공격수로 활약한 정승용은 최용수 감독의 조언을 받아들여 2013년부터 측면 수비수로 뛰었다. 어색한 자리에 적응하는 게 쉽진 않았다. 차두리, 김치우 등의 조언을 들으며 열심히 노력했고 점차 익숙해졌다.
 정승용은 “정말 힘든 시기였다. 동계 전지훈련 때 죽을 각오로 열심히 했다. 어느 정도 인정도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나에게 쉽게 기회가 오지 않았다. 오전과 오후 훈련에 참가한 뒤 집에 오면 몸은 피곤했지만 스트레스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축구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고 회상했다.
 경기에 출전하고 싶었던 정승용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이적을 결심했다. 강원을 선택했고 짐을 싸서 강릉으로 왔다. 모든 것이 낯설고 어색한 시기였다. 그는 “프로에서 5년 동안 보여준 것이 없었다. 하지만 강원 FC에서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정말 감사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동계 전지훈련에서 온 힘을 다해 뛰었다”고 밝혔다.
 정승용의 각오는 코치진에게 닿았다. 최윤겸 감독은 이번 시즌 첫 경기부터 정승용을 선발로 기용했다. 하지만 팀이 초반 2연패에 빠지면서 정승용의 자신감은 떨어졌다. 그는 “지난해까지 실전 경기를 소화한 적이 거의 없었다. 경기 템포를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2경기를 마치고 자책을 많이 했다. 경기에 더 이상 나서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감독님이 믿어주셨고 3번째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점차 자신감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최윤겸 감독의 굳은 믿음에 정승용은 자신의 기량을 되찾기 시작했고 진가를 발휘했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 6월 대전을 상대로 결승골을 터뜨리며 1대 0 승리를 이끌었다. 이 경기 승리로 강원은 선두가 됐다. 정승용은 공격수 출신답게 화끈한 오버래핑과 강력한 슈팅으로 강원 공격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정승용은 “1년 사이에 많은 것이 바뀌었다. 생각하지도 못한 변화다. 강원에 왔을 때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많았다. 지금은 아니다.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긴 하지만 이마저도 행복하다. 모두 열심히 뛰고 있다. 그 안에 제가 있는 것에 정말 감사하다. 강원은 내게 은인 같은 구단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시즌 막바지다. 중요한 경기들이 많이 남아있다. 모두 힘을 합쳐 우승을 이뤄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반드시 우승과 승격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