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 페레스(사진) 전 이스라엘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93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지난 13일 뇌졸중을 일으켜 병원으로 옮겨져 집중 치료를 받아 온 페레스는 회복하지 못하고 결국 숨을 거뒀다.
페레스는 총리직을 두 차례 역임(대행 포함 3차례)하고 역대 정부에서 대통령, 국방, 외무, 재무장관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출범을 가능하게 한 1993년 오슬로 협정을 성사시킨 공로로 이듬해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하기도 했다.
페레스는 강력한 자주국방 정책을 추진하며 점령지에 유대인을 정착시키고자 한 강경파였다. 하지만 1970년대 후반 이후에는 대화를 기반으로 팔레스타인 및 아랍 국가들과의 평화를 확립하기 위해 노력하는 온건파로 바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페레스의 별세 소식에 전 세계에서는 애도가 이어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빛은 꺼졌지만, 고인이 남긴 희망의 불길은 계속 타오를 것”이라며 “이 세상에는 인류 역사를 바꾸고, 인간사에 있어 우리의 역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도덕적 상상력을 넓히며 우리 자신에 대해 보다 더 기대하게 만드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 내 친구 시몬은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고 추모했다.
오슬로 평화협정을 막후에서 중재했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역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와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에서 “진실하고도 보물 같은 친구를 잃었다”며 “페레스의 별세로 이스라엘은 안전과 번영, 그리고 무한대의 가능성을 위해 평생토록 싸워 온 리더를 잃었고, 중동은 평화와 화합의 열렬한 지지자, 모든 아브라함의 자녀들이 함께 보다 나은 내일을 건설하는 미래의 열렬한 지지자를 잃었다”고 애도했다.
그러나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는 정치 분석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페레스는 분명 넬슨 만델라는 아니다”며 페레스가 '평화와 정의의 사도' 식으로 평가되는데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페레스는 30일 예루살렘 헤르츨 국립묘지에 영면했다. 장례식에는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70개국의 정상 및 대표 100여명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