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 전북 현대의 심판매수 사건과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에릭 테임즈(30)의 음주운전 적발에 대한 처벌을 놓고 여론이 요동치고 있다.
한국 프로스포츠를 지탱하는 두 개의 거대한 기둥인 축구팬과 야구팬들은 같은 날 동시에 나온 각 종목 최상위단체의 처벌 수위를 납득할 수 없는 듯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3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5층 집현전에서 제18차 상벌위원회을 열고 전북의 징계 수위를 이렇게 결정했다. 벌금 1억원도 부과했다.
전북의 전직 스카우트 A씨는 2013년 심판 2명에게 유리한 판정을 청탁하면서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돼 법원으로부터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상벌위원회는 1심 결과를 토대로 전북의 징계 수위를 확정했다.
연맹은 상벌규정을 통해 심판매수 등 불공정 판정 유도행위 및 향응 제공의 경우 ▲제명 ▲하부리그 강등 ▲1년 이내 자격정지 ▲10점 이상 승점 감점 ▲1억원 이상의 제재금 부과 ▲경고 등의 처분을 내릴 수 있다.
K리그 챌린지 경남FC는 지난해 유사 사례로 벌금 7000만원과 함께 승점 10점 감점의 징계를 받았다. 다만 적용 시점을 올 시즌으로 미뤘다.
전북은 올 시즌 승점을 깎였다. 무패 선두를 질주하고 있어 순위 변동은 없다. 전북은 중간전적 18승14무(승점 68)로, 9점을 감점해도 승점은 59점이다. 2위 FC서울(승점 54)에 승점 5점 차로 앞선다.
축구팬들은 처벌 수위를 받아들이지 못한 분위기다. SNS의 축구팬들은 “걸려도 세 번의 승리만 취소될 정도라면 심판을 매수하는 쪽이 이득이다” “심판매수를 시도하지 않은 구단만 손해를 본 징계”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 “전북이 강팀이어서 심판매수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심판매수는 그 시도만으로 선수들이 규칙을 지킬 이유, 팬들이 관전할 이유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행위”라는 반론과 부딪혔다.
팬들의 공분은 프로야구에서도 컸다. 테임즈가 음주운전 중 경찰에 적발돼 정규리그 잔여경기와 포스트시즌 1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지만 야구팬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같은 날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상벌위원회를 열고 테임즈에게 규약 제151조 품의손상행위 3호에 의거해 벌금 500만원을 부과하고, 정규리그 잔여경기 및 포스트시즌 1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다.
테임즈는 NC가 2위를 확정하고 직행한 플레이오프 1차전까지 모두 9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NC 구단에 대해서는 사후조치가 미흡했다는 판단에 따라 규약 제4조 지시·재정 및 재결 3항을 근거로 벌금 1000만원을 부과했다.
테임즈는 지난 24일 경남 창원 마산합포구 오동동의 한 멕시코음식점에서 한국을 방문한 어머니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면서 칵테일 2잔을 마셨다고 한다. 하지만 귀가하면서 운전대를 잡은 것이 문제였다. 테임즈는 오후 11시쯤 단속 중인 경찰에 적발됐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 수준인 0.056%였다.
KBO는 지난해 6월 만취 상태로 접촉사고를 내고 경찰의 음주측정 요구를 거부한 LG 트윈스 투수 정찬헌(26)에게 63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다.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정성훈(36·LG)은 13경기, 오정복(30·kt 위즈)은 15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테임즈는 면허취소 수준이었던 정성훈(0.126%) 오정복(0.103%)보다 낮은 혈중알코올농도가 측정됐지만, 보편적으로 음주운전 선수에게 10경기 넘게 출전을 금지한 과거의 처벌 사례보다 경미한 징계를 받았다.
양해영(55) KBO 사무총장은 “포스트시즌 1경기는 정규리그 10경기의 무게가 있다”고 말했지만 팬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SNS에는 “음주운전은 본인은 물론 타인의 생명까지 빼앗을 수 있는 중범죄” “음주운전한 선수를 아이에게 응원하라고 할 수 없다”는 비난이 빗발쳤다.
테임즈와 마찬가지로 음주운준으로 물의를 일으킨 가수 호란(37)의 태도와 비교한 의견도 많았다. 호란은 접촉사고를 냈고 음주 측정에서 테임즈의 혈중알코올농도보다 높은 0.101%을 나타냈지만, 모든 방송활동을 중단하고 스스로를 범죄자로 규정한 장문의 사과문을 올렸다.
한 야구팬은 “연예계에서도 봐주지 않는 음주운전을 정작 엄격한 룰이 있는 스포츠계에서 봐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테임즈는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복귀할 수 있다. 하지만 경기장 안팎의 거센 비난 여론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