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유남근) 심리로 30일 열린 김씨의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강남역 살인 사건은 치밀하고 계획된 범행”이라며 “더 이상 무고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죄질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해주길 바란다”며 무기징역에 치료감호 및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20년 부착을 구형했다.
검찰는 “김씨는 한 여성이 자신에게 담배꽁초를 던진 일로 평소 앓고 있던 피해망상 증상이 폭발해 살인계획을 준비하고 실행했다”며 “홀로 화장실에 들어가는 여성을 노리다가 피해자를 발견한 뒤 흉기로 잔인하게 범행을 저지르고, 자연스럽게 도망치는 등 치밀하게 계획적으로 행동했다”고 말했다. 또 “김씨는 유족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기는커녕 개전의 정상이 전혀 없다”며 “심지어 피해자를 살해한 뒤 ‘마음속에 쌓였던 응어리가 사라지는 것 같다’면서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피해자 A씨(23)가 생전에 부모님에게 보낸 편지 구절도 읽었다. A씨는 “작은 선물에도 고맙다며 기뻐해주셔서 감사하다”, “해 준 것이 없어서 미안하다고만 하시는 부모님, 정말 감사하고 더할 나위 없이 사랑한다”고 편지에 썼다. 검찰은 “소중하고 예쁜 딸을 잃은 부모님 심정을 헤아려 달라”고 덧붙였다.
김씨 측 변호인은 “김씨의 어머님이 그의 정신질환 병세를 치료하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한 점을 고려해 달라”면서 “김씨는 만성 조현병으로 고통을 받아온 사람으로 심신미약 상태”라고 말했다. 변호인은 “구금된 현재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진지한 반성을 못하고 있다”며 “형사처벌의 기본원리인 자기책임에 입각해서 적절한 형을 선고해 달라”고 했다.
김씨는 최후 진술에서 “혼자 내 길을 걸어가야겠다고 마음먹은 직후부터 사람 신경을 건드리는 일들이 차츰 생겼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하루에 꼭 2~3번 정도는 그 같은 일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평소 같았으면 충분히 컨트롤(제어)했을 텐데 그날은 (화가) 올라왔었다”며 “화가 가라앉지 않아 10분 동안 공터를 돌던 중 화장실에 가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한 뒤 자리에 앉았다. 이에 재판장이 “더 하고 싶은 말은 없느냐”라고 묻자 김씨는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14일 김씨에 대해 선고를 내릴 계획이다.
김씨는 지난 5월17일 오전 1시7분쯤 서울 강남역 인근 한 노래방 건물 화장실에서 피해자 A씨(23·여)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