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대 기술 수출 성사 소식에 상승세로 출발했던 한미약품 주가가 장중 다른 돌발 악재 발생으로 급락 중이다. 30일 오전 11시45분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한미약품은 12.1% 하락한 54만5000원을 기록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이날 베링거인겔하임이 내성표적항암신약인 ‘올무티닙’의 권리를 한미약품으로 반환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베링거인겔하임이 올무티닙 임상을 중단하고, 신약개발을 포기하기로 했다는 의미다.
올무티닙은 한미약품이 지난해 7월 베링거인겔하임에 7억3000만달러(약 8500억원)에 기술을 수출한 신약이다. 베링거인겔하임은 한미약품이 진행했던 1·2상을 바탕으로 올해 글로벌 3상을 진행했다. 2017년 글로벌 허가를 목표로 개발 진행 중이었다.
베링거인겔하임이 임상을 중단한 것은 경쟁약물이었던 아스트라제네카의 내성표적 폐암신약 '타그리소'가 미국 FDA 승인을 받으면서 이미 시장을 선점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티그리소는 이미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의약품 선진국에서 승인을 받았다.
한미약품은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받은 계약금과 마일스톤(기술수출료) 6500만달러는 반환하지 않기로 했다.
한미약품은 이날 로슈의 자회사 제넨텍과 1조원 규모의 표적 항암제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는 호재에 장 초반 5%대까지 급등했다. 하지만 베링거인겔하임과 관련한 악재가 터지면서 하락세다.
한미약품이 제넨텍과의 호재성 공시를 29일 오후에 했는데, 하루 만인 30일 오전 악재성 공시를 내면서 시장은 극도의 혼란에 빠졌다. 30일 오전 한미약품에 대한 긍정적인 보고서를 작성했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배기달 연구원은 “기술 수출에 있어 계약금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임상의 순조로운 진행”이라며 “약물 개발의 리스크가 크다는 걸 다시 한번 알려주는 소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약, 바이오 투자 심리가 냉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