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는 모기업 없는 프로야구단이라는 태생적인 약점에도 야구에서 성공은 돈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란 걸 보여줬다. 그러나 그 의미는 넥센 히어로즈 구단주 이장석(50) 서울 히어로즈 대표가 82억원대 경영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퇴색됐다.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부장검사 이진동)는 이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횡령·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범행에 가담한 남궁종환(47) 서울 히어로즈 부사장도 같은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조사 결과 이 대표는 선수 트레이드 대금, 메인 스폰서 후원금 등 주요한 수익금이 입금되는 계좌를 직접 관리하며 구단의 자금관리, 집행 등 업무 전반을 총괄했다. 남궁 부사장도 해당 업무를 담당하며 이 대표를 보좌했다. 이들은 회사 장부를 조작해 회사 자금을 리베이트·생활비·개인채무 변제 등에 사용했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이장석 대표가 구단 수입을 자기 몫으로 가져가는 거 아닌가’라는 말이 구단 안팎에서 흘러 나왔다. 그리고 이는 검찰 조사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구단에 투입돼야 할 돈은 이 대표 주머니로 들어간 것이다.
이들은 허위거래, 미수금 계정 등을 활용해 10억원의 회삿돈을 리베이트 명목으로 사용하는가 하면, 목동 구장 매점에 대한 위탁계약을 체결하면서 받은 임대보증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임대보증금 반출에는 위탁계약업자 부친의 계좌가 차명계좌로 사용됐다. 이렇게 이들이 빼내 쓴 돈이 10억원 상당, 상품권 깡으로 빼돌린 돈이 13억원 상당에 달했다.
이렇게 뒷돈을 챙기면서도 이들은 지난해 유치한 광고 인센티브를 회사 정관을 어기고 2010년부터 소급 적용해 회사에 17억원 상당의 손실을 끼치기도 했다.
이밖에도 이 대표는 별다른 담보 없이 지인에게 룸살롱 인수에 쓰라며 회삿돈 2억원을 빌려주는가 하면 13억 상당의 개인채무를 회삿돈으로 갚은 것도 검찰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남궁 부사장 또한 13억원 상당의 회사 자금을 가로챘다.
애초 넥센 경영비리 의혹은 재미사업가 홍성은 레이니어 그룹 회장의 법적 대응으로 처음 불거졌다. 홍 회장은 이 대표가 “20억원 투자 조건으로 지분 40%를 양도하겠다고 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사기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소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구단 돈을 제 돈 처럼’ 82억원대 경영비리 이장석 넥센 구단주 재판에
입력 2016-09-30 10:41 수정 2016-09-30 1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