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괴산군이 절임배추의 식품안전관리인 해썹(HACCP·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 인증 컨설팅 예산을 주먹구구식으로 처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29일 괴산군에 따르면 괴산시골절임배추영농조합법인은 2011년 1월 농림수산식품부가 공모한 2012년도 향토산업 육성사업 지원대상으로 선정돼 국비 15억원·도비 3억원·군비 6억원 등 30억원의 사업비를 지원받았다.
이 영농조합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 동안 사업비로 괴산 절임배추 현대화 작업장 건립과 해썹 인증 컨설팅 등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해썹 인증 컨설팅을 맡은 한 A단체는 작업장이 착공되기도 전인 2012년 12월 해썹 인증 컨설팅 명목으로 정부 보조금 1000만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A단체는 2012년부터 1년간 공장과 생산된 제품도 없이 해썹 인증을 추진하고 보고서를 제출했다.
A단체가 컨설팅을 수행한 후 작성한 보고서에는 컨설팅 대상, 자료 등이 없고 해썹에 대한 간략한 정보만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컨설팅 당시 작업장 예정 부지인 문광저수지 일대는 인·허가 승인을 받지 못해 허허벌판이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이곳은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양곡저수지와 인접한 상류에 있어 원주지방환경청이 인·허가를 불허했다.
결국 영농조합은 작업장 부지를 문광저수지에서 괴산고등학교 인근으로 옮기는 등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0월 착공, 당초 계획보다 2년이 더 걸린 지난 7월 준공했다. 영농조합은 작업장을 준공한 후 영농조합 자체 비용 660만원을 들여 해썹 인증을 다시 받아 정상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일은 행정기관 등의 허술한 관리 감독 때문에 가능했다. 괴산군과 향토사업 사업단은 그동안 작업장을 건립하는 과정에서 사업계획서에 허위 사실을 기재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되자 A단체는 일부 수행했던 자료검토, 워크숍 등을 제외한 사업비를 반납키로 했다.
해썹 인증은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이물, 식중독균 등 위해요소를 차단·관리하기 위한 제도다.
괴산 절임배추는 1996년 전국 최초로 괴산군 문광면에서 처음 만들기 시작해 올해로 21년째를 맞고 있다. 괴산 절임배추는 최고 품질의 배추를 청정 암반수로 씻은 뒤 100븒 국산 천일염으로 절여 식감이 뛰어나고 가정에서 곧바로 김장을 담글 수 있게 만들어 진다. 현재 괴산에는 괴산시골절임배추영농조합법인 조합농가 430곳과 개인농가 400곳에서 절임배추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는 이들 농가에서 절임배추 98만 상자를 전국에 판매했다.
영농조합 한 이사는 “영농조합 직원들은 관련 서류를 은폐하고 정당한 정보 공개를 방해하고 있다”며 “정부 보조금을 부당하게 챙긴 단체와 향토산업 담당자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말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
괴산 절임배추향토사업 보조금 ‘주먹구구’
입력 2016-09-29 22:07 수정 2016-09-29 2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