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청부폭력 해놓고… 공범 옹호하러 왔다 철창

입력 2016-09-29 17:17 수정 2016-09-29 17:25
영화 ‘넘버3’ 한 장면

자신이 수배된 사실도 모르고 공범을 옹호하겠다며 제 발로 검찰청에 출두했던 조직폭력배가 구속됐다.

대구향신동파 조직원 박모(32)씨는 지난 23일 서울중앙지검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씨가 스스로 검찰에 자진 출두한 것은 전날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감금 및 공동폭행)로 체포돼 구속된 청부폭력업자 서모씨를 변호하기 위해서였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에 1억원 가까이 되는 돈을 투자했다. 많은 돈이 오고 가는 만큼 최근 조직폭력배들의 도박장 투자는 잦아지는 추세다. 박씨가 속한 대구향신동파 역시 최근 불법 인터넷 도박사이트 개설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근 불법 인터넷 도박사이트 투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스 소속 안지만 선수 또한 이 조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본다. 대구향신동파는 대구 지역 유명 폭력조직인 향촌동파의 분파다.

일은 박씨가 손해를 보면서 틀어졌다. 투자금까지 못 받을 지경이 되자 박씨는 지난 4월 투자금 회수를 위해 대구 지역에서 악명 높은 향촌동파 조직원 서모씨에게 청부 폭력을 의뢰했다. ‘회수금의 절반을 주겠다’며 서씨를 끌어들였다. 이들은 실제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을 붙잡아 서울 모처에서 40시간 동안 감금하고 폭행했다. 그러나 서씨가 검찰에 체포되자, 박씨는 “서씨가 도박사이트 운영자들로부터 받을 빚이 있었다”고 변호해주기 위해 검찰에 출석했다. 검찰은 박씨가 서씨와 공범이라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 범인이 제발로 검찰에 걸어들어온 셈이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이용일)는 박씨를 폭처법 위반(감금 및 공동폭행) 및 도박공간개설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29일 밝혔다. 검찰은 지난달 말쯤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 운영 조직폭력배 등 20여명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던 중 박씨 등의 범행을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박씨를 비롯해 10명 안팎을 구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