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22] “벼랑에서 뛰어내려!” 절망 속 왕따 학생 잡아준 건

입력 2016-09-30 00:01 수정 2016-09-30 00:01

급우들에게 벼랑에서 뛰어내리라는 말까지 들으며 괴롭힘을 당한 13살 소녀는 극단적으로 생을 포기할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아이는 성인도 견디기 힘든 깊은 절망 속에서 담대하게 회복됐습니다.

최근 페이스북 보도매체 '격'은 13살의 타일라의 사연을 전해 화제가 됐습니다.

호주 퀸즐랜드 디서트 주립학교에 입학한 타일라는 학교폭력 가해자들에게 표적이 됐습니다. 가해자들을 타일라를 놀리고, 돈을 훔치고, 때리기며 무자비하게 괴롭혔습니다. 또 "벼랑에 가서 뛰어내려, 물에 빠져 죽어버려, 손목이라도 긋든가. 뒤지든 말든 우린 신경 안 써"라는 차마 입에 담기조차 끔찍한 언어폭력을 가했습니다.


타일라는 친구라고 생각했던 급우들에게 전화번호를 가르쳐줬다가 계속적으로 목숨을 끊으라는 메시지 테러를 당했습니다. 폭력에 심하게 시달리던 타일라는 학교에 가는 것이 무서워졌습니다.
 
보다 못한 타일라의 엄마 칼리는 학교 당국에 이 사태를 알렸습니다. 그러자 학교 측은 아이 보호 차원에서 쉬는 시간마다 혼자 빈 교실에 있게 했습니다.


 타일라는 학교가 제시한 대응책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저는 혼자 있기 싫었어요. 나가서 놀고 싶은데, 그냥 애들이 저를 괴롭히지 않으면 좋겠어요…. 학교가 감옥이나 다름없어요."

그러나 교장은 이 사태의 책임이 타일라 본인에게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교장은 "애가 좀 이상해서" 괴롭힘을 당한다고 말했습니다. 타일라는 자신을 괴롭히는 가해자들을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죽어서 싸늘한 시체가 된 자신의 모습도 그렸습니다. 먹는 것도 거부했습니다.


타일라의 부모는 지원단체 등에 도움을 청하고, 딸을 심리치료에 데려갔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출구가 없다고 생각한 타일라는 마지막으로 온라인 청원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더는 뭘 어떡해야 하는지, 누구한테 도와달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사는 게 지옥 같아요. 디서트 주립학교가 학교폭력에 단호하게 대처하도록 이 청원에 서명해주세요. 학교가 이 문제를 그냥 넘어가지 않게, 정부에 어떤 조치라도 취해달라고 말씀해주세요."

놀랍게도 타일라의 청원은 인터넷을 통해 퍼져나가 1만여 명이 청원에 참여해 정부에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타일라와 같은 학교폭력을 당한 청소년 수백여 명도 자신의 경험을 털어놨습니다.

하지만 가해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악랄해졌습니다. 하루하루가 악몽인 타일라는 온라인 청원을 시작한 지 몇 주 만에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습니다.

학교 당국은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사태에 대해 함구했습니다.


칼리는 "학교는 우리 딸을 보호하기 위한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분개했습니다. 결국 결단을 내렸습니다. "우리가 떠나야 했죠. 딸을 잃을 수 없으니까요. 계속 여기 있다간 그렇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동보호국은 타일라가 당한 학교폭력 수위가 대단히 심각하다고 판단, 다른 도시에 살고 있는 조부모와 함께 지낼 것을 권고했습니다.


학교를 떠나 새로운 환경에서 살게된 타일라는 다시 행복한 일상이 시작됏습니다. 소녀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가족에 힘입어, 학교에서의 악몽 같던 기억을 극복하고 있습니다. 엄마와 형제들도 곧 타일라가 있는 곳으로 이사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가해자를 보호하는 학교, 피해자는 그냥 참으라고 하죠~슬퍼요 이런 현실이" "호주나 한국이나" "가족의 사랑은 그 무엇도 무너뜨릴 수 없지요. 가족에게 말하세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