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이 29일 기각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신 회장 구속 시 우려됐던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직 사퇴 등 ‘최악의 상황’은 일단 피할 수 있게 됐다며 법원의 판단을 반겼다. 신 회장은 향후 검찰 기소와 재판 등이 남아있지만, 한숨을 돌리고 검찰 수사로 미뤄뒀던 그룹 내 산적한 현안들을 챙겨나갈 방침이다.
롯데그룹은 이날 새벽 법원의 영장기각 결정 직후 “하루 빨리 경영활동을 정상화해 고객과 협력사, 임직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검찰 수사로 불가피하게 위축됐던 투자 등 중장기 과제들을 적극 해결해 나가겠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이어 “보다 투명하고 신뢰받는 롯데가 돼 국가경제와 사회에 기여하겠다.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롯데그룹은 가장 우려했던 경영권 공백 사태는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룹 안팎에서는 신 회장이 구속되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직을 내놔야 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던 차였다. 롯데홀딩스는 신 회장 외에 일본 전문경영인들이 장악하고 있어 한국 롯데가 일본 롯데에 종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룹 내 2인자였던 이인원 부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주요 임원들이 모두 수사선상에 올라 있어 임직원들의 불안감은 한층 컸다.
롯데의 한 임원은 “정말 아찔한 상황이었다”며 “신 회장이 불구속 상태로 그룹을 챙기면서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룹 내에서는 신 회장이 위기를 넘기면서 그룹의 침체된 분위기도 반전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신 회장은 우선 검찰 수사로 중단된 현안들을 직접 챙겨나갈 것으로 보인다. 롯데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3개월 가량을 수사에 대응하느라 제대로 챙기지 못한 일들이 많다”며 “호텔롯데 상장을 가장 중점적으로 재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그동안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를 국내에 상장해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배에서 벗어나려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지난 6월 검찰 수사로 상장은 결국 무산됐다. 미국 화학업체 액시올사 인수 무산 이후 중단된 각 계열사의 대형 인수합병(M&A)도 다시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
각종 비합리적인 관행 등 기업 내 문화를 개선해 나가는 작업도 진행된다. 신 회장은 영장 기각후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서며 “우리 그룹은 여러 가지 미흡한 부분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제가 책임지고 고치겠다. 좀 더 좋은 기업을 만들겠다”고 언급했다. 이번 검찰 수사로 그동안 롯데 내부에서 관행이란 이름으로 자리 잡은 여러 비합리적 구조들이 드러났고, 이를 개선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롯데 관계자는 “신 회장이 수사에 대한 보고를 받고, 직접 조사 받으며 본인도 미처 몰랐던 그룹 내 불합리한 점들을 인식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