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롯데 측은 사상 초유의 그룹 총수 구속 사태를 피하면서 한숨을 돌렸다. 반면 석 달여간의 수사 결과물로 신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던 검찰은 ‘부실 수사’ ‘무리한 수사’ 논란에 직면하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9일 새벽 “현재까지의 수사 진행 내용과 경과, 주요 범죄혐의에 대한 법리상 다툼의 여지 등을 고려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신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28일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10여시간을 서울중앙지검에서 대기하던 신 회장은 영장이 기각되자 귀가했다.
서울중앙지검 롯데 수사팀은 지난 2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 혐의로 신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었다. 검찰은 지난 6월10일 롯데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해 100일 넘게 수사를 벌여 신 회장의 비리혐의를 1750억원대로 특정했다.
검찰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신 회장이 총수 일가에 수년간 거액의 급여를 지급하거나(횡령) 일감을 몰아줘 수백억대 이익을 챙겨준 행위(배임) 등을 주요 범죄혐의로 집중 거론했다. 또 신 회장이 롯데피에스넷의 유상증자 과정에 계열사들을 참여시켜 손해를 입힌 부분(배임)도 문제 삼았다. 그러나 조 판사는 검찰의 수사 결과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신 회장에 대한 영장 기각은 결국 롯데그룹 비자금 수사 실패에서 기인됐다. 검찰은 수사착수 당시 “여러 달의 내사를 통해 롯데그룹의 계열사 간 자산거래 과정에서 거액의 비자금이 조성된 사실이 파악됐고, 이를 통한 배임과 횡령혐의도 포착했다”며 수사의 방점을 롯데그룹 비자금에 찍었다. 수사초반 압수수색을 통해 총수일가 급여장부 등을 확보했고, 신 회장을 포함한 그룹 주요 인사들의 개인개좌 추적에도 나서며 비자금 혐의 입증을 어느 정도 자신했다.
그러나 수사가 3달 넘게 진행되면서 비자금 수사는 벽에 부닥쳤다. 검찰은 롯데건설 등 일부 롯데 계열사가 비자금을 조성해 사용한 정황을 파악했지만 신 회장과의 연결고리는 찾지 못했다. 계열사 사장들은 일관되게 신 회장의 비자금 조성 지시가 없었다고 말했고, 검찰은 이를 뒤집을 만한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
결국 검찰은 신 회장이 총수 일가에 불법으로 급여를 지급하고, 부실 자회사에 자금을 몰아줘 다른 계열사에 손해를 입혔다는 횡령 및 배임 혐의에 초점을 맞춰 신 회장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검찰이 주장한 신 회장 범죄 혐의들은 ‘불법 급여는 신 회장이 아닌 신격호(94) 총괄회장의 지시였다’, ‘당장은 손해가 나지만 미래 가능성을 본 투자였다’는 롯데 측 반반 논리를 뒤집지 못했다.
신 회장 구속영장 발부가 좌초되면서 검찰은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 인력 3분의 1이 동원된 대규모 압수수색이 진행됐고, 특수부 수사부서 2곳이 매달려온 기획수사가 사실상 ‘실패한 수사’가 된 것이다.
재계 등을 중심으로는 수사로 인해 롯데그룹이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하지 못해 발생한 경제적 손해 등에 대한 검찰 책임론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롯데그룹은 검찰 수사착수 이후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추진했던 호텔롯데 상장이 무기한 연기됐고, 롯데면세점의 해외 기업 인수합병(M&A)도 무산되는 등 사업에 차질을 빚었다.
신동빈 구속영장 기각…검, 비자금 안나오면서 행보 꼬여
입력 2016-09-29 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