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히 투쟁하세요” 철도 파업 지지하는 옥수역 시민 대자보

입력 2016-09-29 01:29 수정 2016-09-29 09:22

“당당히 투쟁하세요. 응원합니다.”

철도·지하철 등 공공부문 노동자 6만여명이 27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간 가운데 이들을 지지하는 한 시민의 대자보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불편해도 참겠다”는 진심어린 응원에 많은 네티즌들이 공감을 보냈습니다.

28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서울 지하철 3호선 옥수역에 붙어 있는 대자보 사진이 화제였습니다. 이 대자보의 제목은 ‘불편해도 괜찮아’입니다.

자신을 옥수역 이용자라고 밝힌 시민은 대자보를 통해 “철도·지하철 노조가 성과연봉제를 반대하는 파업을 한다고 들었다. 철도·지하철 같은 공공기관은 성과보다 공공성과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이어 “평소엔 개, 돼지 취급하면서 파업할 때만 귀족 노조. 이런 프레임 이젠 안 통한다”며 “이번에는 좀 불편해도 참겠다.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를 위해 싸우는 철도·지하철 노조의 파업을 지지한다”고 소신을 밝혔습니다.
 
글 말미에는 “당당히 투쟁하세요. 응원합니다”라고 적었는데요. 글을 쓴 날짜를 보니 철도·지하철 노조가 총파업에 들어간 당일 대자보를 붙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8일 낮 12시 기준으로 서울시 지하철은 평시 1375회 대비 90.9%, 부산시 지하철은 평시 470회 대비 82.1%이 운행됐습니다. 파업의 영향으로 전철이 지연되는 등 불편을 겪은 시민들이 많았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 파업에 대한 온라인 반응은 과거와 사뭇 다릅니다. 대자보 사진 밑에는 “대자보 붙이는 용기, 쓰는 용기가 부럽다”거나 “이번 파업 왜 하는지 몰랐는데 쉽게 알아들었다. 나도 파업을 지지한다” 등의 긍정적인 댓글이 가득합니다.

한 네티즌은 “당당히 투쟁하라’니, 정답이다. 이건 우리 모두에게 적용될수 있는 일”이라고 적었습니다.

28일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열린 '9.28 민주노총 총파업-총력투쟁 서울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지훈 기자

철도·지하철 노조의 공동 파업은 22년 만입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산하 공공부문 노조들은 27일을 기점으로 9월 말에서 10월 초까지 연쇄파업 투쟁에 돌입할 계획입니다.

사상 최대 총파업을 부른 건 바로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입니다. 말 그대로 실적에 따라 급여를 인상하거나 삭감시키겠다는 건데요.

노동계는 공공부문이 단기 성과에 매몰되면 공공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또 상당수 이사회가 노조와의 합의 없이 성과연봉제를 의결했다며 절차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죠. 그외에도 평가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 등이 나오고 있습니다.

반면 고용부는 ‘사회 통념상 합리성’을 갖추면 노조의 동의 없이 임금체계 개편이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성과주의의 부작용은 공정한 평가기준과 정당한 보상체계가 마련되면 해결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