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韓 만나면 광광 우럭따” 러시아 ‘기름손’ 골키퍼… 이근호에 미끌! 손흥민에 데굴!

입력 2016-09-29 00:03
UEFA 챔피언스리그 E조 2차전에서 손흥민에게 골을 허용하고 망연자실한 듯 그라운드에 엎드린 이고르 아킨페프 / 사진=AP뉴시스

손흥민(24·토트넘 홋스퍼)의 결승골을 막지 못한 러시아 CSKA 모스크바 수문장은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이근호(31·제주)의 슛을 펀칭하고 미끄러져 한국에 선제골을 헌납했던 러시아대표팀의 ‘기름손’ 골키퍼 이고르 아킨페프(30)다.

 손흥민은 28일 러시아 모스크바 힘키 아레나에서 열린 2016-2017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E조 2차전 원정경기에서 득점 없이 맞선 후반 26분 선제골을 넣었다. 동료 미드필더 에릭 라멜라(24·아르헨티나)의 2선 스루패스를 페널티박스로 쇄도하면서 오른발로 낮게 깔아 때렸고, 공은 아킨페프의 몸을 맞고 골문 안으로 데굴데굴 굴러 들어갔다.

아킨페프가 손흥민에게 골을 허용한 순간 / 사진=AP뉴시스


 아킨페프는 몸을 낮추고 방어하면서 두 팔과 다리를 모두 벌려 공을 막았다. 하지만 공은 조금 굴절됐을 뿐 골문 밖으로 벗어나지 않았다. 다소 느리게 굴렀지만 다급히 일어난 아킨페프나 뒤따르던모스크바 수비진은 모두 쫓을 수 없었다. 손흥민에겐 다소 행운의 골이었다. 토트넘 홋스퍼가 1대 0으로 승리하면서 그대로 결승골이 됐다.

 손흥민에겐 올 시즌 5호 골이었다. 잉글랜드 프리머이리그 3경기에 출전해 4골을 넣었고, 챔피언스리그 2경기 만에 첫 골을 개시했다. 토트넘은 중간전적 1승1패(승점 3)로 E조 꼴찌에서 2위로 도약했다. 모스크바(1무1패·승점 1)는 4위로 밀렸다.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러시아의 골문을 향해 슛을 때리는 이근호 / 사진=뉴시스

이근호의 슛을 펀칭하고 놓친 아킨페프 / 사진=신화뉴시스


 아킨페프에게 한국 선수와의 악연은 처음이 아니다. 우리에게 아킨페프는 브라질월드컵의 ‘기름손’으로 기억되는 골키퍼다. 그해 6월 18일 브라질 쿠이아바 아레나 판타날에서 열린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후반 22분 이근호의 오른발 슛을 놓쳐 한국에 선제골을 허용한 러시아 골키퍼도 바로 아킨페프였다.

 아킨페프는 정면으로 날아온 이근호의 슛을 펀칭했지만 손에 미끄러진 공은 공중으로 뜨면서 불규칙 바운드로 떨어져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근호의 슛이 강력해 가능했지만 아킨페프의 입장에선 뼈아픈 실점이었다. 당시 한국과 러시아는 1대 1로 비겼다. 양국은 사이좋게 비기고, 조별리그에서도 사이좋게 탈락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