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 웬 전자파!’… 동작구 ‘X밴드 레이더’ 홍역

입력 2016-09-28 17:05
사진=뉴시스

기상청 본청이 자리 잡고 있는 서울 동작구가 ‘엑스(X)밴드 레이더 홍역’을 치르고 있다.

기상청이 기상 관측을 위해 내년 4월쯤 기상청 옥상에 엑스밴드 레이더를 설치키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주민들은 주거지역에 레이더를 설치해선 안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기상청 엑스밴드 레이더 설치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28일 오전 11시 기상청 본청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참석 주민 1000여명(경찰 추산)은 거세게 항의했다. 5살, 3살 남매를 두고 있는 정모(35·여)씨는 “우리 아이들은 실험쥐가 아니다. 엑스밴드 레이더의 전자파가 안전하다는 증거도 없는데 아이들에게 안전하다고 확신할 수 있는 거냐”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지역 정치인들도 집회 현장에 나와 반대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서울 동작갑)도 “이곳은 최적지가 아니기 때문에 설치할 수도 없고 예산을 투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창우 동작구청장은 “지역 주민들을 지켜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기상청은 인체에 무해하며 전자파도 미미하다는 입장이다. 기상청은 엑스밴드 레이더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DD) 엑스밴드 레이더와 같은 주파수 대역을 쓰지만 소형 기상 레이더이기 때문에 전자파 노출은 헤어드라이어나 전기방석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기상 레이더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인체 위해성 기준을 충족했고, 레이더가 설치될 옥상은 인근 학교나 주거지역보다 고도가 높아 직접적 전자파 노출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0년 광화문 침수, 2011년 우면산 산사태처럼 대도시의 국지성 돌발호우를 조기 탐지하기 위해 도심에 레이더를 설치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