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3명이 소독약이 든 링거를 맞고 잇달아 숨진 일본의 ‘살인병원’ 희생자가 훨씬 많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18일부터 3명이 중독사한 오구치 병원의 기록을 확인한 결과 지난 7월부터 3개월 동안 같은 층에서 48명이 사망했다고 28일 보도했다. 병원 관계자들은 사망자가 유독 많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사망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 하루에 4~5명이 숨지는 날도 있었다. 오구치 병원의 병상이 85개인 점을 감안하면 1개월에 4층 환자의 약 20%가 숨진 셈이다. 다카하시 요이치 병원장은 “4층 사망자가 약간 많은 수치”라며 “병원 내부자의 소행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사망자가 늘어난 것을 이상하게 여겼지만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기 전까지 원인을 밝히지 못했다. 병원에 감염병이 있는지 의심했으나 확인하지 못하자 중증환자가 많아 사망자가 생긴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구치 병원에는 중증의 고령 환자가 주로 입원해 있다.
경찰은 계획 살인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사망한 환자 3명의 시신과 이들에게 투여된 링거에서 의료용 소독약으로 쓰이는 계면활성제가 검출됐기 때문이다. 병원 4층에 보관 중인 링거병 50여개 중 10여개의 고무마개 보호 필름에서 주사침을 찌른 흔적이 발견됐다. 링거병에 무작위로 소독약을 주입한 점에 미뤄 ‘묻지마 살인’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