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의 ‘김영란력 1일’ 점심… 손님은 줄고 주문은 싼 메뉴만

입력 2016-09-28 14:45 수정 2016-09-28 15:44
ⓒ국민일보 강창욱 기자


“우리 간판 메뉴가 13만5000원짜리 백숙이거든요. 주문했다가 가격 계산해보고선 취소시키더라고요.”

 김영란법이 시행된 28일 오후 증권사가 몰린 여의도 식당가는 여전히 분주했다. 다른 곳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시작되는 점심시간 사이 수많은 금융인들이 상가를 오가며 바쁘게 배를 채웠다.

 하지만 식당 안에서 느낀 분위기는 확연히 달랐다. 단체손님 규모가 줄고  고르는 메뉴도 낮은 가격대에 집중됐다. 수십년 간 여의도에서 자리를 지켜온 식당마다 “이런 적은 문 열고나서 처음”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날이 흐릴수록 사람이 몰리는 복집의 경우 체감도가 더했다. ㄷ복집의 종업원 이모(33·여)씨는 “이런 날씨에는 복집에 사람이 몰리기 마련인데 오늘은 평소의 70% 정도는 줄어든 것 같다”면서 “몇 년간 일하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다”고 말했다.

 30년 넘게 여의도에서 백숙 등을 팔며 장사를 해온 ㅅ음식점도 마찬가지다. 주인 김모(50·여)씨는 “1만6000원 짜리 영양밥 메뉴만 팔렸다”면서 “간판메뉴인 전골 메뉴는 주문했다가도 가격 보고선 취소시켜 버렸다”고 전했다.

 국수 등 비교적 싼 메뉴를 파는 ㅇ음식점도 마찬가지였다. 주인 신모(50·여)씨는 “주로 1만7000~2만원짜리 메뉴만 나갔다”면서 “4만 원짜리 메뉴가 제일 비싼데 오늘 점심에는 단 하나도 안 나갔다”고 털어놨다. 이 식당은 추이를 지켜본 뒤 ‘김영란법 메뉴’를 내놓을 생각도 하고 있다.

신씨는 “평일 점심에 기업 홍보팀 사람들이 기자들 데리고 오는 게 많으면 3~4팀은 있는데 오늘은 하나도 없었다”면서 “3명이 와서 2명분을 시키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술 약속이 몰리는 저녁 시간대에 ‘김영란법 효과’는 더 확연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ㅅ음식점 주인 김씨는 “저녁에 술 마시러 오는 손님이 많으니까 그때쯤 되면 타격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이 날 것”이라면서 “그렇잖아도 요즘 경기가 계속 안 좋았는데 손해가 클까봐 걱정이다”라고 호소했다.

 여의도에 위치한 한 증권사 홍보부서 관계자는 “법 시행 전날인 27일까지 몰아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행사나 선물 보내는 것도 그렇고 틀을 벗어나는 게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면서 “로펌이나 외부 변호사를 불러 2~3번 정도 사내 교육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