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대리운전기사, 퀵서비스 등 ‘특수고용직 근로자(특고직)’들의 척추관절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이들은 근로자의 일을 하면서도 개인 사업자로 분류돼 법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다쳐도 산재 처리를 받지 못하는 등 건강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택배업의 경우 장시간 과중한 업무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이 가장 많다. 택배를 분류하는 작업부터 운반과 배달까지 혼자 힘으로 하다보면 크고 작은 부상에 늘 시달려야 한다. 게다가 정해진 시간에 배송을 완료하기 위해서는 무거운 짐을 급하게 옮기 수밖에 없는데 이때 허리에 지속적이고 강한 압박이 가해져 통증을 겪게 된다. 장시간 운전은 허리 경직을 가중시킨다.
부천하이병원 이동걸 원장은 28일 “경직된 허리 상태로 무거운 물건을 무리하게 들어 올리다보면 요통은 물론 뼈와 뼈 사이의 쿠션역할을 하는 ‘추간판’이 탈출하는 ‘급성 허리디스크’, 뼈마디를 연결하는 부위에 결손이 생기는 ‘척추 분리증’ 등이 발병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 노동 강도가 센 것에 비해 열악한 처우는 심리적 박탈감을 초래해 부상 위험을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리운전 기사는 운전기사라는 직업이 무색할 정도로 발바닥 힘줄에 염증이 생기는 ‘족저극막염’에 노출돼 있다. 고객을 만나기 위해 하루 평균 수km를 도보로 이동하면서 발 근육에 무리를 일으키는 직업적 특성 때문이다. 쿠션감이 좋은 운동화를 신으면 그나마 나은 편이다. 딱딱한 구두를 신고나온 투잡족 대리운전 기사들의 발 상태는 불 본 듯 뻔하다.
이 질환에 노출되면 발뒤꿈치와 발바닥 통증을 심하게 느끼게 되는데, 증상이 악화되면 걷기 힘들 정도의 통증과 함께 발바닥이 끊어질듯한 느낌이 동반된다.
오토바이를 타는 퀵서비스 기사나 배달맨들은 어깨통증을 안고 산다. 늘 어깨를 뻗은 상태로 장시간 운전을 하다보면 근육과 인대의 경직을 초래해 어깨결림(근막통증증후군) 증상이 잦아질 수밖에 없다. 이를 방치하면 어깨 관절을 둘러싼 관절막이 퇴행성 변화를 일으키면서 염증을 유발하는 질환인 ‘오십견(유착성 관절낭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척추관절통증은 무엇보다 초기대응이 중요하다. 만약 시간이 지나도 낫지 않고 통증이 지속되면 반드시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큰 질환으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특수 고용직 종사자들은 대개 치료를 미루는 편이 비일비재하다. 혹시 수술이라도 받아서 오랫동안 일을 못할 것을 걱정해서다.
이들의 이런 생각은 대부분은 척추관절질환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 큰 부상이 아니라면 시술시간도 짧고 입원할 필요 없이 하루 만에도 일상생활 복귀도 가능한 비수술요법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동걸 원장은 “허리디스크의 경우 신경이나 정상 조직의 손상을 방지하고 환부의 디스크만을 골라 태울 수 있는 ‘텔라’ 등 비수술요법만로도 충분한 치료를 할 수 있다. 또 족저근막염의 경우소염진통제, 물리치료, 체외충격파(ESWT) 등 비수술적 치료로 회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